작년 말 전현우(사범대 체교15) 선수는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6순위로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자신의 기대보다 낮은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주장이라는 부담감과 쓰디쓴 고연전 2연패가 겹쳤던 2018년은 그에게 가혹한 한 해였다. 하지만 그는 자책하기보다 더 굵은 땀방울을 흘리기로 했다. 정든 고려대를 떠나 첫 프로팀인 인천 전자랜드에서 힘찬 도약을 꿈꾸고 있는 전현우 선수를 19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만났다.

 

  꿈을 향한 3점 슛, 넘어져도 리바운드

  농구 코트를 매섭게 누비며 슛을 쏘아 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전현우 선수지만, 사실 그의 어릴 적 꿈의 목적지는 감독이었다. “고향인 울산의 프로 농구팀 정규리그 우승경기를 직접 관람했는데, 경기 후에 감독이 헹가래 받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서 농구 감독을 꿈꿨었죠.”

  그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우선 인정받는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타고난 체격 조건과 기량으로 화봉중, 무룡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하며 울산 폭격기’, ‘고교 최고 슈터로 불리기도 했다.

  대학 진학 당시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 농구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그의 선택은 고려대였다. 본교 입학 결정에는 고교 2년 선배인 최성모(체육교육과 13학번) 선수의 영향이 컸다. “성모 형 응원하려고 고려대 농구부 경기를 자주 보러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대와 정들었어요. 그래서 별 고민 없이 고려대를 택했죠.”

  ‘슈퍼 루키로 인정받으며 본교에 입학했으나 고려대에서의 선수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저학년 때는 막강한 주전선수들로 인해 출전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고,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농구부 생활을 하면서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어요.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는 특히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주장을 맡았던 작년을 꼽았다. “우리 농구부에는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다양한 색을 가진 선수들이 모이기에 팀 안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동고동락했던 농구부 동기들이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땐 동기들과 감독님 몰래 숙소에서 탈출해 신나게 놀기도 했어요. 그때는 비밀이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죠. 하하.”

 

  농구부 감독으로 돌아올 그 날까지

  전현우 선수는 2018년 인천 전자랜드에 입단하며 대학 선배인 강상재(체육교육과 13학번), 김낙현(체육교육과 14학번) 선수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선배들이 처음에는 여기 와서 고생 좀 해보라고 놀렸지만, 같이 생활하면서 진지한 조언도 많이 해주세요. 하루빨리 프로 생활에 적응해 형들과 함께 팀에 기여하며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싶어요.”

  그는 비록 6순위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언젠간 1순위로 꼽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선수생활을 마친 후에는 모교로 돌아와 농구부 감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원래는 막연히 프로팀 감독을 꿈꿨지만, 고려대에 입학한 후 생각이 달라졌어요. 우리학교 감독이 돼 제가 이루지 못한 고연전 승리의 한을 풀고 싶습니다.”

  졸업식을 앞둔 전현우 선수는 지금 이 순간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고 했다. “고교 첫 전지훈련으로 어머니와 처음 고려대에 왔는데, 그때가 마침 졸업식 날이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부러워하는 눈치셨는데, 이제 제가 그 졸업생이 됐으니 소원을 풀어 드린 거죠.”

  그는 선수생활이 벅찰 때마다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줬던 농구부 기획팀 어흥을 비롯해 매 경기마다 응원을 아끼지 않은 고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연전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늘 성원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앞으로 농구부 후배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끝으로 앞으로 농구부를 이끌어 갈 주장 박정현(사범대 체교16) 선수와 후배 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현이가 동기 없이 혼자 주장을 맡아 많이 고생할 것 같아요. 선수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며 고려대 농구부만의 팀플레이를 보여줘 올해 고연전에서는 좋은 결과를 꼭 얻길 바랍니다.”

 

이선우 기자 echo@

사진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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