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의 공식적인 행사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한완상)’에 의해 추진됐다. 위원회의 기획소통분과위원장이자 <오늘과 마주한 3.1운동> 저자 김정인(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를 만나 기념 행사가 가지는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김정인 교수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기획소통분과위원장을 맡고있다.
김정인 교수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기획소통분과위원장을 맡고있다.

  -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역할은 무엇인가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선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에서 이뤄지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행사들을 총괄·기획합니다. 위원회에서 기획한 사업들은 크게 과거, 현재, 미래, 세 가지 관점으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합니다. 문화 행사를 통해 과거 3.1운동을 기억하고,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오늘날을 어떻게 발전시켜 갈지 성찰합니다. 마지막으로, 깊은 성찰을 토대로 미래를 계획합니다.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100인의 위원들로 구성돼있습니다. 99인의 위원들은 3.1운동 관련 전문가와 독립운동가 후손 등 상징성 있는 인물들로 이뤄져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한 자리는 시민들의 자리라는 의미에서 비어있습니다.”

 

  - 기획소통분과는 위원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기획소통분과의 주된 사업 중 하나는 인증사업입니다. 일반인들이 3.1운동 관련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위원회가 인증하는 것이죠. 간단한 심사를 거쳐 인증된 활동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국가 차원에서 편찬하는 백서의 한 부분으로 실릴 예정입니다. 시민들이 역사에 개개인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죠. 친구들끼리 밥 먹으면서 독립운동과 관련된 서적을 읽고 대화를 나눈 것부터 3.1운동과 관련한 영상을 제작해 선보인 것까지 활동 종류의 제한은 없습니다. 되도록 많은 시민들이 3.1운동 100주년 기념 활동에 참여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입니다.”

 

  - 3.1운동 100주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3.1운동의 의미는 독립, 민주주의, 평화라는 세 개의 가치에서 찾을 수 있어요. 독립은 민주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고자 한 동시에, 독립 이후 민주공화정으로의 첫발을 내딛기 위한 고민까지 이어졌기 때문이죠. 당시 독립선언서를 보면 자주민’, ‘자주국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민주주의적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어요. 또한, 존재하는 모든 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 헌장에는 나타나는 평화라는 단어는 독립이 가져올 동양평화, 나아가 세계평화를 의미합니다. 독립 이후 이 근래까지도 우리는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했으며,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평화라는 가치 또한 실현하고자 노력 중이죠. 이 세 가치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10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적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3.1운동 100주년 기념 문화 행사에서는 다양성의 가치가 중요한 것 같아요. 100년 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3.1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것처럼요. 위안부의 아픔을 담아낸 전시회와 여성독립운동가를 그려낸 영화나 공연같이 문화 콘텐츠가 다루는 주체와 형태가 다양해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죠.

  하지만 포퓰리즘적인 문화 행사는 지양해야 합니다. 기념 문화 행사가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우상화해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과거의 역사와 오늘날의 연결점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100년 전 3.1운동 당시의 학생들은 일제 치하에서 취업하고 출세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이런 암울한 세태는 지금의 청년실업과 결부돼 오늘날의 청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죠. 과거와 오늘날의 청년세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들을 통해 진심으로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는 거죠.”

 

  - ‘3.1운동에서 ‘3.1혁명으로의 명칭 정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3.1운동은 혁명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3.1운동이 분명 민주주의 혁명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그 타당성을 가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3.1운동을 3.1혁명으로 변경하는 것이 정명(正名)이라 주장하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선 다소 우려스럽습니다. 정명은 바르게 고친다라는 의미인데, 다른 해석들을 틀린 것으로 만드는 배타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역사학에선 학자 개개인의 신념과 해석, 가치를 존중합니다. 따라서 개개인이 자신의 역사적 관점에 따라 사건들을 얼마든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죠. 일례로, ‘동학농민운동의 경우,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운동이라고 배우지만 몇몇 학자들과 기념사업 관계자들은 이를 전쟁이나 혁명이라고 명명하기도 합니다. 역사학에서 용어를 통일하는 것은 상당한 신중을 기울여야 하는 영역입니다. 학계에서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부분인데 이를 정치 주체가 나서서 움직이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역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선 안 됩니다.”

 

  - 3.1운동 100주년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전하실 얘기가 있다면

  “한 사건의 100주년을 지켜보는 것은 일생에 흔치 않은 일입니다. 다음으로 100주년을 기념하는 날은 아마 2045년 광복 100주년이 되겠죠. 사람들이 역사의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하는지를 지켜보면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현수 기자 hotel@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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