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군소 인터넷신문사에서 기업 이미지를 손상하는 과장·왜곡 기사를 작성하고, 삭제를 대가로 광고를 요구하는 행태가 자행되고 있다. 포화한 인터넷신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란 게 이들의 변명이다. 군소 규모인 A인터넷신문의 편집국장 S 씨는 “저널리즘보다는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상황”이라며 업계 사정을 전했다. 200대 주요 광고주를 회원으로 둔 광고주협회는 이 같은 행위를 ‘유사언론행위’라 규정하고 반론보도로 대응하고 있다.

 

  광고·협찬 요구받는 광고주

  광고주협회는 작년 11월 한국 200대 광고주를 상대로 ‘유사언론행위 피해 실태조사(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실태조사에는 53개 기업 관계자 80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68.6%가 “유사언론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기업 관계자 55%는 유사언론행위가 2017년 대비 더 나빠졌다고 했다. ‘매우 나빠졌다’에 응답한 관계자는 20%에 달했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유사언론행위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광고주가 많다”며 “일부 군소 인터넷신문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태조사에 의하면, 과장·왜곡에 따른 피해 사례가 가장 많았다. 오너(사주)의 이름과 사진을 이용하거나 같은 내용의 부정적 기사를 반복 게재하는 식이다. 실태조사 응답자의 약 65%는 해당 유형의 기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사소한 사건도 기업 오너와 엮는 것이 전형”이라며 “몇 달 전 다른 인터넷신문에서 나온 기사를 제목만 바꿔 내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기사 삭제를 대가로 광고를 포함해 경품, 협찬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광고주협회는 ‘광고형 기사를 내보낸 후 협찬을 요구하는 행위’도 유사언론행위로 분류한다. A인터넷신문 편집국장 S 씨는 “신문사 행사에 협찬이나 경품을 제공해달라는 식으로 은밀히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고주는 한정된 예산으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지만, 인지도와 신뢰도가 낮은 인터넷신문에서 광고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난처한 상황이다. 광고주협회 측은 “광고 효율과 무관하게 집행되는 광고비를 집계한 2015년도 ‘유사언론행위 피해 실태조사’ 결과 광고 예산의 10.2%가량이 낭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군소 인터넷신문이 기사를 대가로 광고를 요구할 경우 광고주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포털과 제휴를 맺지 못한 인터넷신문은 광고 효과가 없다고 무방할 정도”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어쩔 수 없다”

  올해 3월 7일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8151개다. 정기간행물 총 2만 1011개 중 40%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매체 역시 인터넷신문이다. 2019년 동안 정기간행물 277개가 새로 생겼는데 그중 257개가 인터넷신문이다. 조경호 한국증권신문 대표는 “1인 미디어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인터넷신문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하다”며 “우리 신문이 지면 발행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했으면 상황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군소 인터넷신문은 레드오션인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사언론행위를 일삼고 있다. 악의적인 기사로 광고를 얻어내려는 군소 인터넷신문의 기행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A인터넷신문 편집국장 S 씨는 “기사를 대가로 광고를 요구하는 인터넷신문이 매우 많다”며 “탐사보도팀, 특집팀의 이름 아래 기자들이 ‘영업’에 나서는 행태도 다수”라고 전했다. 기자 5명 규모인 B인터넷신문 관계자는 “우리 편집국에도 광고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가 없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 준비 없이 뛰어드는 군소 인터넷신문이 많은 것도 문제다. 안정적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군소 인터넷신문은 부당한 수익 활동에 눈 돌리기에 십상이다. 기자 20여 명 규모인 C인터넷신문의 대표 K 씨는 “튼튼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인터넷신문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군소 인터넷신문은 정상적인 방식만으론 수익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론보도닷컴’ 통해 대응하는 광고주협회

  기업들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유사언론행위에 대응할 수 있지만 절차상 시간이 오래 걸려 꺼리고 있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보하면 사건 처리에 보통 2~3주가 걸린다”며 “이 시간이면 악의적 기사가 다 퍼지고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최대한 14일 안에 사건을 처리하려 한다”며 “중재위원이 처리를 몇 차례 연기하면 20여 일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리는 소송에 비해 언론중재위원회 절차는 상대적으로 빠른 것”이라 덧붙였다.

  이에 광고주협회는 광고주가 유사언론행위를 제보하면 ‘반론보도닷컴’을 통해 직접 대응에 나선다. 복수의 제보가 한동안 관찰되면 조치가 이뤄진다. 반론보도닷컴은 2012년 광고주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인터넷신문이다. ‘악의적인 유사언론행위를 반론 보도로 막는다’는 것이다. 김병희 교수는 “반론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며 “광고주협회가 공적 단체는 아니지만 제 입장을 충분히 내세울 근거가 있다”고 반론보도닷컴의 의의를 풀이했다.

  이러한 광고주협회의 행태가 ‘부당한 언론 탄압’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반론보도닷컴은 정당성 없는 이익집단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반론보도닷컴에서 활동하는 기자 가운데 41명은 광고주협회 회원사 홍보팀 관계자들이다. B인터넷신문 관계자는 “업계에 ‘사이비 언론’으로 낙인찍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대기업을 등에 업은 기관이 압박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반론보도닷컴의 반론보도 내용 중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조경호 한국증권신문 대표는 “반론보도닷컴의 영향력을 군소 매체가 이겨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상적으론 인터넷신문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굿콘텐츠서비스인증’을 받은 C인터넷신문 대표 K 씨는 “좋은 기사를 통해 독자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광고주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광고주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과학적·합리적’ 광고”라며 “광고 효과가 입증되면 광고주는 지갑을 열 것”이라 말했다.

 

글 | 김태훈 기자 foxtrot@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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