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경원광디지털대 교수차문화경영학과
송해경원광디지털대 교수 차문화경영학과

 

  차는 수 천 년을 이어 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기호음료였다. 차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는 일상다반사로 마시는 생활필수품이 되었고, 우리나라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상류 문인계층의 애호품이었다. 해방 이후 1960~1970년대에는 가짜홍차 사건으로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홍차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차소비가 증가되었고, 1977()태평양(현재 장원산업)이 제주도에 대규모 다원을 조성하면서 차산업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1980년대 정부에서는 전통문화 복원에 대한 지원사업을 하였으며, 차문화 단체의 활동도 활발하였다.

 

  차의 근현대 역사

  1980년대까지 차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고, 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가격이 정해지는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차산업은 땅 짚고 헤엄치는 호경기였다. 차를 하면 돈이 된다는 인식은 너도 나도 차나무를 심었고,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소규모 다농들은 제다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어도 차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였다. 자연히 다농들도 많아지고, 차 재배면적도 확대되어 차생산은 급증하였다.

  그러나 차시장의 호황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농약을 친 중국차의 무분별한 유입이라는 대중매체의 보도로 인하여 2007년 우리나라 차산업은 농약파동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제 싹트기 시작한 차산업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차수요는 급감하고 재고는 쌓여갔다. 그동안 안일하게 대처해 온 차계는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자구책을 강구하였다. 다농들은 유기농친환경차로 전환하여 농약파동에 대처하려고 노력하였으며, 제다법의 혁신을 꾀하여 품질 좋은 다양한 차를 만들었다. 물론 가격면에서도 거품을 뺐다. 차문화 단체들도 앞장서서 우리 차 살리기에 힘을 실었다. 그렇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정상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농들은 뼈를 깍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10여 년을 기다렸지만 우리나라 차산업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사이 우리나라는 원두커피의 열풍에 휩싸였다. 목 좋은 상권에는 한 집 건너 커피숍이 들어서고, 도시와 농촌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침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이후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가는 사람들은 보는 것은 일상의 모습이 되었고, 도서관이 아닌 커피숍에서 책과 노트북을 펴놓고 공부하는 상황이니 우리나라는 가히 커피왕국이라고 불릴 정도이다. 학계에서는 커피가 활성산소의 활성을 억제하고 암을 예방한다는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나친 커피 음용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차가 커피보다 건강에 좋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고령사회로 들어선 요즘 100세 시대를 누구나 예감한다. 그렇기에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면서 오래 사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이 문제는 나이가 든 노인만이 아니라 대학생과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음료의 소비패턴이 바뀌게 된다. 과거에 노동계층의 소득이 낮을 때는 술을 마시며 힘을 얻었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커피음료로 대체되었다. 차음료는 1인당 소득이 약 4만 달러가 되어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성장해가면서 커피보다 차를 선호할 것을 예견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진제공│한국차문화협회
사진제공│한국차문화협회

 

  차가 주는 건강효과

  그렇다면 차가 건강에 어떻게 왜 좋은가? 그것은 차의 성분과 깊은 관계가 있다. 차에 들어있는 성분은 미량까지 합하면 300~500종류 이상이지만 중요한 것은 카테친, 폴리페놀과 카페인, 데아닌, 비타민, 기타 무기질 등이다. 이러한 성분이 하는 효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카테친의 항산화작용과 카페인과 데아닌의 길항작용이 그것이다.

  카테친(Catechin)의 항산화력은 비타민C보다 10, 비타민 E보다는 무려 20배나 강하므로 암예방과 노화 방지, 콜레스테롤 저하, 고혈압 예방, 항당뇨, 해독작용, 기억력 증진 등 마치 만병통치약과 같은 활성기능을 한다. 쓰고 떫은맛을 내는 카테친은 어린 싹으로 만든 고급차보다 중·저급차에 많이 들어 있다. 여러 번 우리면 100% 다 우러나오므로 입에 쓴 것이 몸에 좋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 식품이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항산화작용은 차만이 가지고 있는 기능은 아니지만 카페인(Caffeine)과 데아닌(Theanine)의 길항작용은 차의 독특한 기능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카페인은 각성작용과 이뇨작용이 있어서 적당량을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심장박동수나 혈압을 상승시키고 불면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나이 어린 사람들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과격한 행동을 유발하거나 학습 및 행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면에 데아닌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차의 감칠맛을 내는 주성분이다. 고급차에 많이 들어있는 데아닌은 카페인과 정반대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완작용을 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며 집중력을 증가시킨다. 예를 들어 비오는 날 차를 마시고 흰색 원피스를 입고 외출을 하였는데 버스가 흙탕물을 튕기고 지나가 버리는 바람에 옷이 엉망이 되었다. 이때 카페인은 충분히 화가 날만해, 흥분할만 하지, 흥분해도 돼!’라고 화를 부추긴다. 반면에 데아닌은 이제 버스 떠났으니 그만 뒷일을 수습하는 게 어떤가라고 흥분을 가라앉힌다.

  길항작용(拮抗作用, antagonism)은 상반되는 작용을 하는 카페인과 데아닌이 동시에 작용하여 그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차에 들어있는 카페인과 데아닌은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우리 옛 선비들과 수행 중인 승려들이 차를 마시는 이유가 아마도 차의 이러한 작용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카페인은 커피에도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 밤새워 시험공부를 할 때에는 커피를 몇 잔씩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커피를 많이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히려 집중이 안되는 단점이 있다. 차에는 커피에 들어있지 않은 카테친이 있어서 카페인과 결합하여 이뇨작용을 통해 빨리 배설시키고, 데아닌이 상쇄시켜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와 함께하는 미래

  요즘처럼 바쁘고 각박한 삶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여유가 없어지고, 짜증과 스트레스에 치이고, 화내는 일도 자주 있게 된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즉 내가 만들어 낸 허상이거나 또는 지금 걱정할 일이 아닌 것을 지레 걱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차를 마시면서 차분하게 여유를 갖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맑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정신을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 대학생에게 차는 질병과 노화를 예방하고, 마음의 평화까지 가져오는 더할 수 없는 좋은 동반자이다.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차의 장점을 알고 한 잔의 차와 더불어 공부에 매진 해주길 소망한다.

 

송해경 원광디지털대 교수 차문화경영학과

사진제공한국차문화협회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