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대표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저마다의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이동건 대표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저마다의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바르셀로나 근교 와이너리 투어’, ‘로마 가정식 요리 클래스’. ‘마이리얼트립’의 가이드 파트너들이 현지 거주자로서의 경험을 물씬 녹여낸 여행상품이다. 항공권, 숙소, 그리고 액티비티까지 자유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저마다 다른 색깔과 크기의 추억으로 일정표를 채워 넣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여행 속 작은 조각들을 제안한다. 훌쩍 떠나는 그들의 여행만큼이나 자유롭게 인생의 조각을 맞춰온 ‘마이리얼트립’ 대표 이동건(경영학과 05학번) 교우를 서초에 있는 본사에서 만났다.

 

  어느 순간 다가온 창업이란 가능성

  어린 나이에 창업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지만, 이동건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본교 경영학과에 입학 후 회계, 마케팅, 조직행동 등 경영학 전공 내의 여러 분야를 접한 이 대표는 진로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했다. “제가 어떤 일을 잘 하고 또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했어요.”

  강의실에서의 수업도 좋지만, 직접 부딪히며 직무를 경험해보는 것만큼 실질적인 진로 탐색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 선택한 것은 인턴십이었다. 광고대행사, 컨설팅회사, 벤처, 대기업, 그리고 유네스코 국제 인턴십까지 졸업 전 거친 인턴 자리만 5개다. 하나의 분야만 파고드는 게 아닌 전부 다른 직종이었다. “그냥 다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수업에서 배운 것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며 실무와는 무엇이 다른지 너무 궁금했던 거죠.”

  창업과의 연은 군 복무를 마친 이동건 대표에게 막연하면서도 빠르게 다가왔다. 제대 후 들어간 경영학회 FES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유수의 브랜드를 일궈낸 이들의 사례를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창업의 가능성도 열어두게 됐다. 절묘한 패러다임의 변화도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첫 출시 되며 모바일기반 환경으로의 전환이 일어났고, 소수였던 청년 창업가들도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완전히 달라지는 세상을 바라보며 고려해본 적 없던 창업이 제 진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절실하지 않았던 첫 사업, 1년만에 접다

  이동건 대표의 첫 사업인 크라우드펀딩회사 ‘콘크리트(CoNCreate)’는 두 달 만에 탄생했다. 교환학생을 떠난 독일에서 우연히 기사로 접한 뉴욕의 크라우드펀딩 기업 ‘Kick Starter’가 시초였다. “회사의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 멋있어서 찾아봤는데 당시 한국에는 없었던 분야였어요. 내가 해야겠다는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한 달 후 귀국한 이 대표는 FES 경영학회 팀원 2명과 함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아이디어를 플랫폼으로 구현해냈다. 주로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이나 인디 가수 음반발매 등의 프로젝트에 필요한 투자를 받는 기업이었다. “돌이켜보면 굉장히 충동적이었고 빨랐어요.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호기롭게 시작한 첫 사업은 1년 만에 접었다. 외적인 어려움이 아닌, 진지함과 절박함의 부재가 복병이었다. 이동건 대표는 학부 3학년, 가장 어린 동료는 1학년이었다. 팀원 모두 사업이라기보다는 재밌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한 것이었다. “회사가 알려질수록 이걸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커졌어요.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주력해야 하니 이대로 학생이 아닌 사업가로 남게 되는 건가 싶어 두려워진 거예요. 팀원 간의 자연스러운 합의로 정리하게 됐죠.”

 

  간절할 때 찾아온 두 번째 기회

  ‘마이리얼트립’으로의 두 번째 창업 기회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큼 다가왔다. 이번에는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절박하던 차였다. 이동건 대표는 창업 강연을 들으러 간 자리에서 초기투자회사 파트너와의 티타임 기회를 잡게 됐다. “운이 좋았어요. 아이템을 고민하던 저에게 여행이란 소재를 먼저 제안하셨고 초기투자와 멘토링도 받을 수 있었죠.”

  2012년 ‘현지 한국인 가이드와 여행자를 잇는 자유여행 플랫폼’으로 시작해 영역을 넓혀온 ‘마이리얼트립’은 누적 여행자 수 440만 명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동건 대표는 패키지여행사와 다른 마이리얼트립의 강점으로 여행상품 수와 사용자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꼽았다. 실제 마이리얼트립에는 1만7800여 개의 여행상품과 데이터 분석만 하는 전문 부서가 존재한다. “자유 여행자가 기대하는 것은 취향에 맞는 여행이에요. 오사카에 처음 가는 사람과 네 번째 방문하는 사람이 원하는 바는 다릅니다. 어떤 취향이든 맞출 수 있는 상품 수와 데이터 기반의 섬세한 추천이 저희만의 차별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마이리얼트립’의 핵심 사업 분야는 현지 거주 한국인 가이드가 구상한 여행 일정과 여행자를 연결하는 것이다. ‘현지에서 미술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설명하는 베를린 박물관 섬 투어’, ‘포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대학가 카페 탐방’ 등 특색 가득한 상품이 온라인기반 서비스로 제공된다.

  이동건 대표는 작년부터 항공권예약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로써 고객들은 ‘마이리얼트립’에서 자유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인지도 상승이라는 경영 전략도 있었다. “저렴한 항공권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에게 회사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올해의 사업 목표는 항공권으로 유입된 고객을 자연스럽게 숙박·투어 상품 구매로 유도하는 것이다. “교차판매(Cross Selling) 비율을 기존 30%에서 60%까지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항공권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상품을 추천하기에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죠.”

 

   속도보단 방향이 중요해

  직원들은 ‘마이리얼트립’의 든든한 동력이다. 공장이나 토지 기반이 아닌 ‘사람이 전부인 회사’인 만큼 초기 팀을 구축하는 일에는 큰 고민이 따랐다. “좋은 팀원을 모으는 것도 힘들었지만, 일단 좋은 팀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회사의 인재상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죠.”고객 지향성, 능동성, 협업능력 그리고 프로의식에 주목한 이 대표는 직원들의 역량이 더욱 잘 발휘되도록 유연한 사내 분위기를 만들었다. “업무 시 방해될만한 것은 다 없애고 일에만 집중하게 했어요. 복장, 장소, 시간대 모두 자신이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죠.”

  이동건 대표는 대학 시절을 ‘잃을 게 없는 때’라고 정의했다. “잃을 게 없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그 때문에 더 파격적이고 신선한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저처럼 간절함이 없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이 대표는 창업 생각이 있다면 권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체력적인 면도 그렇고 대학생 창업가는 장점이 많아요. 제 첫 사무실은 기숙사 1층이었어요. 후배들이 파이빌과 X-Garage 같은 교내 자원을 잘 활용해보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목표로 나아가라는 격려를 전했다. “사업 초기에는 저 역시 이른 성공 사례를 보며 조급해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이든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 올바른 방향으로 저마다의 꿈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글|김예정 기자 breeze@

사진| 김인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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