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몸비는 세계적으로 골칫거리다. 중국이나 벨기에에 스마트폰 전용도로가 생기는가 하면, 하와이 호놀룰루에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보행자에게 최대 35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17년 발의된 스몸비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가운데, 스몸비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법적 규제 없는 스몸비

  우리나라 교통안전법은 보행자의 안전보행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교통안전법 제8조(보행자의 의무)에 따르면 보행자는 도로를 통행함에 있어서 법령을 준수해야 하고, 육상 교통에 위험과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스몸비를 법적으로 규제하지는 못한다. 스몸비는 음주운전, 무단횡단과 달리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헌영(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몸비를 법적으로 규정하려면 스몸비와 유사한 보행 중 독서, 취식 행위 등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몸비를 법적으로 제재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법률안(2017. 6. 12, 의안번호7338)’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때에는 휴대용 전화 또는 방송 등 영상물을 수신하거나 재생하는 장치를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 ‘해당 규정을 위반할 시 약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다만 다른 법안들에 밀려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모든 시민은 횡단보도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법적 강제성을 갖지 않더라도 스몸비 방지 관련 사업을 펼치는 근거로 활용 중이다. 서울시 김세교 교통안전팀장은 “조례에 ‘시민들도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교통안전 표지판 설치, 스몸비 주의 바닥표지 설치, 교통안전 이메일 전송 등의 스몸비 방지 사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적 행동의 자유 침해 우려 있어

  스몸비로 인한 안전사고의 수가 늘어나고 사회문제로 커짐에 따라 법적인 강제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은 여전하다. 김태오(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스몸비로 인해 본인이나 타 보행자, 운전자가 도로교통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법적 규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스몸비 행위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헌법상의 기본권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다.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포함돼있는 기본권으로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자유를 보장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것은 자신의 결정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고 책임지겠다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해당한다. 김태오 교수는 “이러한 법적 지위를 가지는 스몸비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만일 스몸비를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실질적인 단속은 힘들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지하고자 하는 스몸비 행위를 정확히 규정하기가 모호하고, 무단횡단과 비슷하게 현실적으로 일일이 스몸비를 제재하기는 어려워서다. 김태오 교수는 “명확하게 스몸비의 행위를 확정 짓더라도 이미 사람들의 몸에 적응돼있는 스몸비를 적발하는 현장에서 경찰과 보행자 사이의 상당한 마찰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몸비의 법적 규제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라도 법 이외의 다른 방안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좌석 안전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 정부는 법률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좌석 안전띠 착용을 유도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성공적이지 않았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2003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를 법제화하고 강제하지 않고서는 좌석 안전띠 착용률을 제고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법 도입에 선행된 다양한 시도가 최종적인 법제화를 정당화한 것이다.

  권헌영 교수는 “스몸비 방지법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과도하게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법적인 강제력 도입보다는 발밑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의 기술적 대응이나 문화적 인식제고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권병유 기자 uniform@

일러스트 | 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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