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화마에 휩싸였다. 하룻밤 사이 강원도엔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됐고, 포항과 부산 등 다른 지역에도 재발화로 인한 산림 피해가 이어졌다. 특히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대의 화재 피해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막심한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산불은 수많은 이재민들의 평범한 일상에 까만 잿더미만을 남겼다.

  그런데 때 아닌 이석(離席)’ 논란이 불붙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후속 논의가 시급한 이 시점에, 정치권에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석 시점을 두고 논쟁이 분주하다.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돼 무엇보다도 국민안전과 후속대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할 때지만, 오히려 그 관심은 다른 데 쏠리고 있는 듯하다.

  이에 홍영표 운영위원장이 산불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불거진 일이다’, ‘회의에 집중하느라 산불을 알지 못했다라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해명은 씁쓸하다.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될 정도의 큰 화재였는데, 야당 원내대표라면 그 심각성을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의아함이 자연스레 생긴다.

  물론 비판할 건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과연 현재의 이석 논쟁이 본질인지는 의문이다. 현 시점에서 국회 운영위의 이석 방해 논란이 당장의 급한 사안은 결코 아닐 테다. 잠깐의 흥미로운 이슈일지는 모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한다. 이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수습 대책과 복구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행히도 정부에선 진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과 민간 차원에서도 두발 벗고 나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국회에서도 그 역할을 보여줄 때다. 더 이상의 지엽적인 논쟁은 무용하다. 정부의 원활한 대응을 위해 협조하고, 입법적 지원이 필요한 지점에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본질을 직시하고 이에 따른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