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는 오늘로 개교 114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올해는 특히 당시 보성전문학교를 운영하시던 손병희 선생님과 보전에 재학중이던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신 기미년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우리 고려대학교는 국운이 기울어가던 1905년 교육으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교육구국의 간절한 뜻을 모아 탄생한 우리 민족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입니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려대학교는 114개의 성상(星霜)을 거치면서 그 어떤 단절이나 훼절 없이 민족정신의 주체이자 민족지성의 본산으로 조국과 민족의 앞날을 개척해 왔습니다. 교육구국의 건학이념은 1955년 개교 50주년을 맞아 자유·정의·진리의 고대정신으로 한 차원 더 승화되었으며, 지금은 인류사회의 발전과 번영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최고 명문사학을 넘어 세계 50대 대학 진입을 목전에 둔 오늘의 고려대학교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용익, 손병희, 인촌 김성수 선생으로 이어지는 선각자들의 숭고한 건학정신과 역대 총장님들의 뛰어난 지도력 그리고 무엇보다 교직원과 교우들의 정성과 헌신의 결과일 것입니다. 건학초기 도서관 건축을 위해 성미와 성금을 보내주셨던 300만 국민들, 중요한 순간마다 학교에 발전기금을 쾌척해주신 수많은 후원자님들과 고려대학교에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주신 국내·외 교우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역사와 전통은 갈고 닦을 때 더 빛이 나는 법입니다. 우리 후학들에게는 그동안 선배들이 쌓아온 찬란한 업적을 계승하면서 진일보 시켜야 할 숭고한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예전에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입니다. 기존의 도덕과 가치관이 통째로 흔들리면서 도처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격변의 시기에 그 중심을 잡아주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여 인류사회의 새로운 등불을 밝히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려대학교를 역사 발전의 주체로 가꾸어 온 선배의 은혜와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일 것입니다. 이에 우리 고려대학교는 다음과 같은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여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먼저, 비판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를 바탕으로 전공지식은 물론 기초교양에 대한 학업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하겠습니다. 두 번째, 지적 호기심과 성장 욕구, 그리고 도전정신을 토대로 한 강한 자기계발 의지를 갖추도록 지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열린 마음과 열린 사고로 서로 협력하며 미래사회에 공헌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렇게 학업 역량, 자기계발 의지, 미래사회 공헌의 덕목을 갖추게 함으로써 전인적 인격을 갖춘 창의적 미래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

  저는 취임사에서 우리 고려대학교가 추구해나갈 방향으로 창의고대 사람고대 화합고대를 제안하였습니다. 창의와 사람중심 그리고 화합의 정신으로 새로운 미래를 밝혀가고자 합니다. 그중에서도 창의는 비단 고려대학교뿐 아니라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긴요한 가치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오늘날의 세상은 누가 새로운 것을 남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잘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복제와 확대재생산으로서는 후발주자의 한계를 영원히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이론과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만이 변화의 시대에 역사의 주역으로 세상을 선도할 것입니다. 창의 고대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이 시대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사명입니다. 교과과정부터 강의와 연구 그리고 학사행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 변화를 이끌겠습니다.

  또한 사람고대와 화합고대의 정신도 강조하고자 합니다. 과거의 산업화시대에는 효율과 능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하였습니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와 시스템이 오히려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였습니다. 사람 고대는 사람의 존재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인권적 측면과 함께 모두의 아이디어와 지식이 마음껏 발현되고 구성원 모두의 다양한 가치가 활짝 피어나도록 하여 창의성을 높이자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학문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진정 사람을 위하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선 주체이자 대상인 사람을 중시하는 사람고대의 가치는 매우 소중합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구성원 모두가 서로 화합하고 협력할 때 창의도 그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창의고대와 사람고대 그리고 화합고대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14년 전 우리의 선배들은 국권을 찬탈당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교육구국의 일념으로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이들처럼 21세기에도 창의고대’ ‘사람고대’ ‘화합고대로 다시 한 번 고려대학교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열어갑시다.

  감사합니다.

 

201955

고려대학교 총장 정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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