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기계 있음 바루 나와부러. 안 들어가. 야 그거 안하는 디로 가자. 사람이 갖다 주는 디로.” 80만 구독자를 보유한 72세 유튜버 박막례 씨가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말이다. 키오스크 앞에 선 박막례 할머니는 주문하시려면 터치하세요를 보고 화면을 누르는 것부터 한참을 헤매고, 그 후로 시간초과 화면을 세 번이나 보고 나서야 주문에 성공했다. 그 결과 콜라인 줄 알고 시킨 커피와 불고기 버거를 찾지 못해 아무 버튼이나 눌러 시킨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최근 음식점과 약국, 옷가게까지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하는 매장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 중 특히 햄버거 브랜드가 가장 높은 도입율을 보이고 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은 모두 60% 이상의 매장에 기계를 설치했고, KFC는 지난해 업계 중 첫 키오스크 100%설치를 달성했다.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효율적이라는 등의 장점 때문에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무인화 바람을 확연히 보여주는 수치다.

  그런데 그렇게 좋다는 키오스크 때문에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감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외국어 주문 서비스도 있는데 노인을 위한 서비스는 없어서 살아온 세월에 침침해진 눈으로는 가뜩이나 어색한 기계의 작은 글씨를 읽기가 불가능하다. 그래도 꼭 시켜보겠다고 돋보기를 쓰고 보면 테이크 아웃이라는 말이 포장인 줄을 모르고 결국은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70대 노인이라도 사용하기 어렵지 않다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고객의 편의를 위한다면 메뉴 이름을 큰 글씨로 하거나 혹은 이름을 읽어주는 서비스 정도는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설에 할아버지가 요즘은 이거 밖에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샀다며 스마트폰을 내미셨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들고 이거 전화는 어떻게 받는 거냐?” 하셔서 전화 거는 법까지는 겨우 알려드리고 돌아왔다. 카스텔라부터 햄버거까지 빵 종류를 너무 좋아하셔서 밥 좀 드시라고 매번 잔소리를 했는데 요즘은 빵이라도 잘 사서 드시는지 걱정이다.

 

한예빈 기자 l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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