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정책이 올해로 7년 차를 맞이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단절된 이웃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마을의 문제를 시민들이 공동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증진하고자 추진돼왔다. 현재 약 20만 명의 시민들이 마을공동체에 참여해 함께 여가를 보내거나 공동의 문제를 고민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각 마을공동체에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하는 가운데, 지원 방식을 두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정책의 현안을 짚어봤다.

 

  8배로 증가한 정책 예산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정책은 2012년에 시작했다.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기본계획에 따르면, 마을공동체 만들기 정책은 단절된 주민 사이의 관계망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20여 년 전부터 마을공동체를 이뤄온 마포구 성미산마을이 모델이다. 최순옥 서울특별시 지역공동체담당관 과장은 서울은 전국에서 산업화·도시화 수준이 최고라며 그로 인해 해체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20123서울특별시 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공포·시행됐고, 같은 해 9월에는 전문성을 갖고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가 개소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정책에 투입되는 예산은 해가 지날수록 증가했다. 201355억원이었던 예산은 2019년 현재 420억 원에 달한다. 그 결과 정책 시행 초기와 비교했을 때,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 수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최순옥 과장은 “2013~2016년 마을공동체 활동을 주도한 사람은 대략 12만 명이라며 참가하는 시민들까지 합하면 23만 명가량 된다고 말했다. 명단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서울 시민 수는 약 20만 명이다. 전체 시민의 2% 수준이다. 유호근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양적 성장의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수준이라고 말했다.

  주민이 세 명 이상만 모여 공동체 활동을 추진한다면 공모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환경 보존을 마을의 공동 목표로 삼은 에너지자립마을부터, 마을에서 생산-소비의 순환구조가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마을기업까지 마을공동체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마을 주민의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육아 모임, 재능공유 모임도 많다. 문지혜 강북구마을생태계조성지원단 팀장은 아는 사람하나 없는 도시에서 아이 키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 마을에서는 공동육아 마을공동체 모임이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도 주민에게도 이웃이 생기는 계기가 된다며 마을공동체의 효용을 설명했다.

 

  은퇴 남성과 1인 가구도 유인해야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주로 중년 여성으로 한정돼있다. 2018년 발간된 ‘2기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에 따르면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자의 73%가 여성이다. 30~40대가 65%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현찬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청년과 중년 남성은 주로 학업과 경제활동 때문에 마을 바깥에서 일상을 보낸다마을에서 해결해야 할 생활과제가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시행된 마을공동체 만들기 2는 이런 소극적 참여 집단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공동육아 활동을 통한 아빠 모임 형성 50+ 마을 갭이어 프로그램 청년 마을살이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년 남성과 청년도 마을공동체 활동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현찬 부연구위원은 중년에서 노년으로 이행하는 갭이어에 있는 은퇴기 남성은 마을에서 주로 생활한다이들이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인이 적은 은퇴기 남성에게 마을공동체는 관계망을 쌓을 계기를 마련해준다.

  대학가에서 자취하는 1인 가구 청년 역시 마을에서 일상을 영위한다. 이들은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가사 부담을 덜거나 함께 학업을 도모할 수 있다. 청년들의 마을공동체 활동 참여는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한다는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 이에 마을공동체 만들기 2는 청년을 위해 청년네트워크, 청년 공간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 최순옥 과장은 아직 성과를 얘기하기엔 이르다“2~3년 뒤에는 구체적인 결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적으론 성장, 자립성은 부족

  서울특별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정책은 아직까진 실적과 양적 성장에 머물고 있다. 유호근 사무국장은 마을공동체의 핵심은 자립성이라며 단순히 마을공동체 숫자만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행정의 지원 없이도 자생할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돕기 위한 지원금이 되려 마을공동체의 성장을 좀먹는 독이 되기도 한다. ‘마을공동체 만들기정책은 주로 지원금을 보조하는 형태로 이뤄지기에, 지원금에 의존하는 마을공동체가 자주 등장한다. 이런 마을공동체는 지원금을 더 받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경우 해산 위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지원금을 받으니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비용을 줄일 구상을 할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서 마을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질 때도 있다. 유호근 사무국장은 공동체가 활성화되며 자연스레 접촉과 갈등이 늘었다양적인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지혜가 함께 길러지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에게 보조하는 지원금은 늘려 참여자 수는 꽤 늘렸지만, 정작 건강한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수증처리도 큰 문제다. 지원금을 받은 마을공동체는 모두 그 건에 대한 지출내역을 관청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증빙자료 첨부도 의무다.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지원금 관리에 쏟는 시간이 더 많아 고충을 겪는 마을공동체도 있다. 소규모거나 경험이 적은 마을공동체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물론 공공예산을 이용하는 것인 만큼 적법한 비용 처리 절차를 면제하기는 어렵다. 문지혜 팀장은 세금을 사용했으면 그 과정을 증빙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중간지원조직이 컨설팅과 같은 간접지원을 통해 주민들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현금 지원을 없애긴 어렵다.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참여를 늘리는 데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다만 주민의 역량도 함께 기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 시애틀 시의 NMF(NeighborhoodMaching Fund)는 주민들이 모아온 자산에 비례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상한이 있지만, 더 많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주민이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다. 또 현물뿐만 아니라 무형의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안현찬 부연구위원은 주민들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아 공유하면 그것도 큰 자산이라며 이러한 무형의 자원을 조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도 동반으로 이끌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한시점이다.

 

김태훈 기자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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