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귀 기울여 들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생텍쥐페리 中  

 

  인간이 식물을 길러온 것은 비단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다. 그 긴 역사 속에서 ‘어린 왕자와 장미’의 교감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삭막하고 외로운 현대 사회 속, 식물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며 식물시장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서 위로하는 식물, 반려로 자리하다

  기르는 식물과 교감하는 행위는 최근 등장하게 된 용어 ‘반려식물’로 구체화돼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42.1%가 ‘반려식물이라는 표현에 공감이 된다’고 답했으며, 식물을 키우는 사람 중 44.7%는 ‘자신이 키우는 식물은 가족과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반려’라는 깊은 유대의 의미가 식물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되며 인간의 관계 맺기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혜경(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창 경제 성장이 이뤄졌던 과거 중장년층 중심의 식물 가꾸기는 여유로운 삶을 드러내기 위한 의미가 컸다”며 “많은 사람이 각박함을 느끼는 현대 사회에선 개인 심신의 안정을 주목적으로 생명력의 상징인 식물을 친구로 찾는 것” 이라 분석했다.

  식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현대인이 식물을 단순한 사물이 아닌 진정한 반려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다. 반려식물 돌보기가 갖는 심리적 효과는 다수의 연구결과로 증명된 바 있다. 2014년 아주대병원과 농촌진흥청의 공동 연구 결과, 원예치료에 참여한 암 환자의 우울감(45%)과 스트레스(34%)는 크게 감소한 한편,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되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평균 40%나 증가한 것으 로 나타났다.

  식물이 인간 정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주목해 서울시는 2017년부터 ‘저소득 홀몸 노인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 을 목표로 2000여 가구에 백량금을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 결과 참여자의 감정과 에너지 점수가 향상되고, 우울감과 외로움 해소 항목에서는 모두 90 점을 웃도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3년째 사업 수행을 맡은 유나연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사무과장은 “대학생·직장인·노인 등 1인 가구에게 반려식물 기르기는 집안 작은 공간에서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여가활동”이라며 “식물을 돌보며 이뤄지는 정서적 교감은 사회활동으로 지친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이 과정은 생명을 양육하는 것과 닮아 자신과 주변을 돌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반려’ 의미 확산으로 달라진 식물 트렌드

  반려식물 수요가 증가하며 반려식물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간 반려식물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활용도가 높은 허브 식물(75%), 상대적으로 키우기 쉬운 수경재배 식물 (88%)과 선인장·다육식물(28%)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구혜경 교수는 “특히 베란다가 있는 가정집에 비해 키우는 환경에 제약이 있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며 관리가 쉬운 식물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며 “다육식물과 스투키 같은 기능성 식물이 주목받는 것도 최근 식물 트렌드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층이 젊은 세대까지 확장되며 반려 식물에 대한 관심은 미디어를 타고도 확산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25일 기준 ‘반 려식물’이라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글이 22만 건 이상이다. SNS를 통해 반려식물을 소개하거나 성장을 기록하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한 것이다. 출판시장에서도 식물을 키우며 얻은 개인적 감상과 실용적인 조언을 담은 식물 에세이가 연이어 등장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스킨답서스를 키우다 반려식물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게 됐다는 유지인(여·25) 씨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다양한 반려식물 기르기 전반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며 “식물에 대한 감정이나 궁금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식물에 대한 애착이 커지며 반려식물이 겪는 증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식물상담산업의 수요 증가로도 나타난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2009년 개관한 ‘사이버 식물병원’의 사이버진단 건수 는 2016년까지 7년간 1880여 건에 불과했으나 최근 2년간은 3630여 건으로 급증했다. 사이버 식물병원 관계자는 “개관 당시엔 농작물 병충해 위주로 문의가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반려식물 품종에 대한 상담이 더 많아져 농작물 상담 건수를 역전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작년 개장한 서울 식물원과 대전시청도 각각 정원상담소(식물클리닉)와 화분병원을 운영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높아진 가정원예와 반려식물 컨설팅 분야의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혜경 교수는 “내게 맞는 반려식물을 잘 파악하고, 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한 컨설팅 영역은 앞으로도 많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에는 반려 동물 호텔과 유사하게 집을 장시간 비울 때 식물도 안전하게 맡겨둘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랜테리어, 식물로 공간을 수놓다

  ‘건강한 삶’이 현대인의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며, 식물을 통한 정서적 효과뿐만 아닌 미세먼지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해소하는 공기정화 기능도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3월 “20㎡ 면적의 거실에 잎 면적 1㎡ 크기의 화분 3∼5개를 두면 네 시간 동안 초미세먼지를 2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하며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식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에 식물을 활용한 실내 인테리어를 뜻하는 ‘플랜테리어(plant+interior)’가 트렌드로 부상했다. 초창기 플랜테리어의 목적은 공기정화나 전자파 차단 효과가 있는 식물을 집안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실용적인 것이었다. 일산화탄소 정화능력이 뛰어난 스킨답서스는 주방에 배치하고, 포름알데히드 제거 효과가 좋은 뱅갈고무나무는 새집에 두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또한,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반려식물 트렌드에 따라 플랜테리어도 진화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플랜테리어 결' 김지은 대표는 “본격적인 플랜테리어의 확산 계기는 식물을 통해 공간을 아름답게 디자인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사람들이 주목하면서부터”라며 “공기정화 같은 식물의 기능에 주목하는 것을 넘어, 식물과 화분의 색감, 디자인이 실내 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도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듭을 활용해 행잉 플랜트(hanging plant)를 제작하거나 뿌리가 비치는 수경 화분을 활용하는 등 반려식물을 꾸미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얀플랜테리어 임수아 대표는 “1인 가구 소비자의 경우 플라스틱 화분에 라탄 같은 화분 커버를 씌우는 간단한 방법으로도 플랜테리어를 가정에서 시도할 수 있다”며, “조화(造花) 도 플랜테리어의 일종으로서, 식물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조화 넝쿨 등으로 곰팡이나 녹이 슨 공간을 감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김예정 기자 breeze@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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