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시에는 스리백의 윙백이 가담해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하프백 또한 전진해 후방 빌드업을 담당한다.
공격 시에는 스리백의 윙백이 가담해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하프백 또한 전진해 후방 빌드업을 담당한다.
수비 시에는 미드필더가 수비진영으로 내려와 수비 숫자를 크게 늘려 측면을 효과적으로 방어한다.
수비 시에는 미드필더가 수비진영으로 내려와 수비 숫자를 크게 늘려 측면을 효과적으로 방어한다.

 

  2002 한일월드컵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은 “포메이션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축구 팬들에게 남겼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 흐름 속에서 하나의 전술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승부의 철학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 고려대 축구부는 고정된 포메이션에서 벗어나, 상대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전형을 바꿔가며 승리를 노리고 있다.

 

유연한 전술을 위해 전형을 다변화

  지난 시즌 고려대는 4-3-3 전형을 주력 포메이션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변화를 줘, 3-4-1-2 포메이션과 4-4-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한다. 눈여겨볼 점은 3명의 수비수를 두는 스리백과 4명의 수비수를 두는 포백을 상대에 따라 적절하게 혼용해 경기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스리백은 윙백의 가담으로 공격상황에서 수적 우위라는 강점을 가진다. 윙백이 전진함에 따라 미드필더와 공격진이 중앙 지역에 밀집할 수 있고, 따라서 힘 싸움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윙백의 수비 복귀가 늦어지면 상대의 역습에 취약해지게 된다. 포백의 경우 상대의 공격 전개 시 양 측면에 방어진을 구축한 수비수가 있어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스리백보다 중앙 지역에 많은 숫자의 미드필더를 두기는 어려워 중원에서의 영향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선수 위치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경기 중에도 혼용하는 전술이 등장해 두 전형의 차이를 구분 짓기는 어렵다. 임형철 SPOTV 축구해설위원은 “단순히 중앙 수비를 몇 명 두느냐의 여부일 뿐, 팀 전술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많은 내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서동원 감독은 “공격과 수비 중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둘 것인지에 따라 전술도 변화한다”며 “상대에 따라 맞춤 전략을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정된 포메이션과 다양한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고정된 포메이션을 쓸 경우 선수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해 최상의 전력을 빠르게 완성할 수 있다. 단점은 그만큼 상대에게 전술이 간파당하기 쉽다는 점이다. 다양한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은 조직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대신, 상대에 맞게 유연한 전술 대응을 할 수 있다. 현재의 고려대가 후자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황덕연 SPOTV 축구해설위원은 준비된 플랜A가 막혔을 시 주저하지 않고 플랜B를 꺼내 들 수 있고 어떤 상대를 만나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부분의 경기에서 고려대는 경기 중에도 포메이션 변화를 시도했다. 포메이션 변화는 곧 감독이 경기 내용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라는 걸 의미한다. 서동원 감독은 상대가 측면 플레이가 강하다면 숫자상으로 수비 숫자를 파이브백, 식스백까지 늘려 측면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스리백의 KEY ‘정호진

  5월부터 고려대는 스리백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 고려대 스리백의 중심은 중앙 수비수 역할을 하는 정호진(사범대 체교18, DMF)이다. 정호진의 본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이지만 수비와 1차 빌드업까지 담당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스리백의 중앙 센터백 역할을 하는 중앙 미드필더 선수를 주로 하프백혹은 포어 리베로라고 부른다. 주로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는 팀들이 이 유형의 선수를 기용한다. 이 위치에 서는 선수는 볼 배급 능력과 위치 선정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 유형이 대부분이다. 임형철 해설위원은 센터백 사이에 배치되면 미드필더에 있을 때보다 안전한 후방에 있다 보니 압박을 덜 받게 돼 볼 배급과 볼 간수가 용이해진다선수들의 보다 자유로운 플레이를 강조하는 최근 지도자들이 이와 같은 전술을 자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정호진은 U-20 월드컵에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뛰어난 스테미너를 선보였고, 수비에서의 특출난 자질 또한 증명했다. 특히 상대 압박으로부터 볼을 간수해내는 역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황덕연 해설위원은 정호진이란 걸출한 스리백 자원을 갖춘 고려대는 빌드업에서 강점을 드러낼 것이라며 정호진의 패스에 의해 팀 공격의 방향성과 템포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격진에서는 스트라이커 투톱과 그 밑에서 수비진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김호(사범대 체교17, CF)간 호흡이 중요하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안정적인 볼 배급과 연계 플레이에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 필요할 땐 본인이 직접 마무리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또 투톱 중 더 넓은 활동 반경을 가진 선수와의 적극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침투플레이 같은 창의적인 공격패턴을 만들 필요도 있다. 임형철 해설위원은 스리백의 공격진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역삼각형 대형을 이루고 있다세 선수 간의 위치 변화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격 전술을 더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군찬 기자 alfa@

일러스트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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