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지 강사가 마천종합사회복지관 지하 강당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체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지 강사가 마천종합사회복지관 지하 강당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체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엉덩이를 흔들어 볼게요. 이쪽! 저쪽! 찔러! 아버님 활짝 웃으시면서!” 서울 송파구 마천종합사회복지관 지하 강당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노인이 실버교육 전문가 김경지(·57) 강사와 함께 몸을 들썩이고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노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서로 짝을 나눠 노래와 함께 치매 예방이 되는 체조를 하는 이곳은 실버교육 현장이다.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사람들을 돕는 김경지 강사는 5년째 실버교육 전문 강사로 이곳저곳에서 현장 강의를 뛰고 있다. 국제평생학습연합회 대표강사, 사회복지사, 노인스포츠지도사 등 웰에이징에 관한 화려한 이력들은 그녀의 역동적인 인생 후반기를 증명하고 있다.

 

 

 

전업주부에서 강사로, ‘인생 이모작

 김경지 강사는 40대까지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40대가 끝나갈 무렵,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한 김 씨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처음에 김 강사는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상담을 시작했다.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직업 상담을 하며 새로운 일에 발을 내딛었죠. 하지만 계약직이다 보니 평생 직업이 될 수는 없겠더라고요.”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무렵, 김 강사는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성장하게 될 실버산업의 잠재력에서 해답을 구했다. “고령화 사회에는 노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버산업의 문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해 실버교육가의 길을 택하게 됐죠. 국가자격증인 노인스포츠지도사를 포함해 실버교육 전문강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자격증을 따고 교육을 받다 보니 프로 강사로서 빨리 자리매김할 수 있었어요.”

 5년 만에 섭외요청이 끊이지 않는 인기 강사가 된 김경지 강사는 더욱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노년에게 제공하기 위해 지금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가르치는 입장인 제가 더 공부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 설 수가 없어요. 실버 분야에서 최고의 관심사인 건강에 초점을 맞춰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강체조뿐 아니라, 운동생리학처럼 노인 분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이론까지 폭넓게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교육을 받은 수강생들이 활력을 되찾아, 날이 갈수록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을 보여줄 때 보람차고 뿌듯함을 느낀다고 강조한다. “일하면서 정말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보여주는 분들이 많아 재미를 느껴요. 예전에 인천에서 강의할 때, 80대 중반의 노부부처럼 보이는 어머님, 아버님이 계셨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두 분 다 홀몸이시더라고요. 오래 교육을 하다 보니 어머님이 살짝 저한테 다가와서 나 그이랑 사귀어.’ 하는데, 재밌기도 하면서 정말 멋있더라고요. 손잡고 동사무소 가서 서류신청도 하고 산책도 하고. 요즘 신세대 커플들의 데이트 모습과 똑같잖아요. 잠은 또 따로 주무신대요(웃음).”

 

웰에이징은 모두가 실천하는 것

 실버교육가로서 자신의 나이 듦을 의미 있게 실현하고 있는 김경지 강사는 웰에이징의 의미란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자신의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모두 멋있고 아름답게 나이들길 원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이 주는 행복감은 정말 크거든요. 나이가 들어서도 일과 여가생활을 적절히 병행하면서 가치 있게 보내는 게 노년에게 주어진 과업이에요.”

 김경지 강사는 웰에이징이 2~30대의 젊은 층의 삶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젊은이들도 자신 앞에 놓인 과업이 있을 거예요. 자신이 해야 할 일,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에 몰두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웰에이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태어난 이후부터 죽기 전까지 모든 인간에게는 주어진 발달과제가 있어요. 연령대에 맞는 자기 과업을 주체적으로 잘 해결해나간다면 그 자체로 멋지게 나이가 드는 것이죠.”

 더불어 김 강사는 젊은 층이 노년층과의 심리적 괴리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빠르게 시대가 달라지면서 젊은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도 급속히 변하기 때문에, 이후 세대에서는 젊은 층이 나이든 분들을 이해하기가 특히 어려울 수도 있어요. 지금부터 조금씩 의지를 갖고, 어렵더라도 젊은 층이 노년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노년들도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때에 따라서는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겠죠.”

 모든 노년의 삶이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며 끊임없이 실버교육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김경지 강사는, 앞으로 더 의미 있는 웰에이징 교육을 전파하기 위해 교육대상을 일반 노인에서 곧 은퇴할 사람들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정규수업은 주로 노인건강을 위한 체조나 운동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곧 직장에서 은퇴를 앞둔 사람들을 위한 교육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생각이에요. 마침 제가 곧 은퇴할 베이비부머들과 비슷한 나이라 공감대가 잘 형성될 것 같아서요. 노년에 다가가는 모든 이들이 항상 당당하고 활기차도록, 앞으로도 교육현장에서 발 벗고 나설 겁니다.”

 

김태형 기자 flash@

사진최은영 기자 emilych@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