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엽 도시재생해설사가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창신숭인의 지역주도 도시재생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엽 도시재생해설사가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창신숭인의 지역주도 도시재생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도시도 사람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한다. 도시도 지역 본연의 문화와 역사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개발된다면 사람처럼 웰에이징을 하지 않을까. 2013년 뉴타운(재개발) 지정이 해제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과 숭인동은 현재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탈바꿈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지역 주도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한다는 취지아래, 지역주민들이 낸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고 지역문화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사업을 수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도시와 함께 이곳에서 웰에이징을 실천하고 있는 멋진 중년도 있다. 창신·숭인 지구의 의미 있는 도시재생을 타지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김태엽(·59) 해설사는, 이곳에서 도시재생해설사로서 활기찬 인생 2막을 여는 중이다. “반갑습니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화를 가꿔나가는 창신·숭인의 도시재생을 소개하는 도시재생해설사 김태엽이라고 합니다.”

 

오랜 거주 경험을 녹여내는 뿌듯한 일

 2001년부터 창신동에서 꾸준히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김태엽 해설사는 이곳에 오랜 기간 머무르며 창신·숭인 지구의 변화과정을 몸소 느끼며 살아왔다. 아내와 함께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도시재생해설사라는 직업을 처음 접하게 된 그는 이 일이 본인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 느꼈다.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었죠. 성격상 남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걸 좋아하는 데다, 이곳에서 원체 오랫동안 있기도 했으니 도시재생해설사라는 일이 제게 딱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학창시절 전공과 풍부한 문학적 감성은 창신·숭인 지구를 찾는 많은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타고난 소통능력은 덤이다. “이곳과 관련된 여러 역사적 이야기들을 풀어주면서 해설을 진행하고 있어요. 학창 시절에 사학을 전공해서 이 지역의 역사를 설명할 때 도움이 됩니다.” 김 씨는 해설사 일을 시작하면서 지역문화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창신동의 역사와 애환이 느껴지는 시를 많이 접해왔다. “문학작품에서 우러나온 감성을 활용하니 몰입도 높은 설명을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부터 노인들까지 많이들 좋아하세요.”

 도시재생해설사로 일하면서, 김 해설사는 타지역 사람들이 창신·숭인 지구의 독특한 경관을 보고 감탄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창신동은 봉제, 의류산업으로 유명해요. 우리나라 최초의 봉제역사관인 이음피움 봉제역사관도 이곳에 있습니다.” 동대문시장 인근에 있는 창신동은, 1970년대 초반 값싼 임대료를 찾아 몰려온 봉제공들에 의해 거대한 봉제 골목을 형성하며 봉제산업의 메카로 기능했던 역사가 있다. “지역주민뿐 아니라 이곳에 견학 온 학생부터 외국인까지 봉제역사관을 보고 이런 건물도 있냐고 놀랍니다. 그분들이 즐겁게 체험활동을 하면서 우리 지역의 문화에 감탄하고 흥미를 느낄 때가 참 뿌듯해요. 특히 의류산업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 종종 이곳에서 의류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보람찬 일입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름다운 중년

 도시재생해설사 외에도 김태엽 씨는 시를 쓰고 음악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폭넓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쓴 작품의 일부는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에 게시됐다. 서울청춘합창단의 단원으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저와 다른 영역에서 뛰어난 분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욕망도 크고요. 앞으로 남은 삶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보자라고 생각하니 긍정적으로 인생을 살게 됐습니다. 나중엔 기자님처럼 기자 일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색다른 배움으로 웰에이징을 실천하고 있는 김 해설사는 웰에이징을 위한 물질적인 여유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웰에이징에는 경제적 배경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남에게 베풀 수도 있고, 자연히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생겨요. 그런 의미에서 도시재생해설사들을 국가에서 좀 더 경제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유능한 중년들이 직업의식을 갖고 이 일을 많이 찾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내가 살아온 경험을 활용해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년의 일자리로서 여유만 있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거든요.”

 이미 멋진 도시재생해설사로서 창신·숭인 도시재생의 중심에 서 있지만, 더 전문적인 해설사가 되기 위해 그는 여전히 노력 중이다. “창신·숭인 지구를 찾는 외국인들도 많아서 영어를 공부할 생각이에요. 나중에는 통역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외국인들과 영어로 소통하는 해설사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도시재생을 위해 같이 힘쓰는 분들과 함께, 창신·숭인 지구의 특색과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널리널리 알리고 싶네요.”

 

김태형 기자 flash@

사진최은영 기자 emil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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