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 홍대개미 공동대표가 '동업 정신'과 '인내심'이 창업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김형일 홍대개미 공동대표가 '동업 정신'과 '인내심'이 창업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스테이크 덮밥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후 지점을 넓혀가고 있는 홍대개미가 개업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전국에 매장 56개를 보유한 홍대개미는 꾸준히 높은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살아남기 힘든 외식업에서도 동업을 통해 사업을 성공한 홍대개미 공동대표 김형일(법학과 89학번) 교우를 만났다.

 

법학과 졸업 후 홍대개미 2호점 오픈까지

 법학과를 졸업한 후 김형일 대표는 오랫동안 사법고시를 공부했지만, 결과는 연이은 불합격이었다. 법대를 나와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생각에 좌절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2010년에는 사고도 크게 당했다. “고려대 정문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다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지금도 한쪽 다리에 장애가 조금 있어요. 수술 후 오랫동안 입원하고 2년간 재활에 들어간 후에야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김형일 대표에게 참 어려운 시기였다.

 2013년부터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일했다. 변호사가 된 친구에게서 권유받은 사무장 자리를 맡기도 하고 마케팅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부실 채권을 매수해 자산 관리를 하는 사업을 돕기도 했어요. 고시 공부를 하며 쌓은 지식을 활용했죠. 2년 동안 거의 7~8개의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하면서 김형일 대표는 점차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갔다.

 201410월에는 처음으로 대학교 동기와 함께 3D 회사 이오이스를 차렸다. 이오이스에서 함께 일하던 중 김형일 대표는 우연히 상수동에서 개인 매장을 운영하던 고등학교 동창 임준성 대표와 연락이 닿아 투자하게 됐다. “스테이크 덮밥이라는 아이디어가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법인 홍대개미를 만들고 20162월부터 임 대표와 공동대표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홍대개미의 성공 비결은 직영점 관리에

 홍대개미가 프랜차이즈로 성공하는 데에는 김형일 대표의 고시 공부가 큰 도움이 됐다. 김형일 대표는 외식업에서는 노무적인, 회계적인 리스크가 다른 사업에 비해 빨리 온다회계 지식과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의 투자 방향을 확정하고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가맹점을 우선적으로 늘리려는 다른 외식업 회사들과 달리, 홍대개미는 직영점에 집중했다. 홍대개미는 2호점을 오픈할 때부터 본사 직원을 15명으로 최대한 줄였다. 대신 직영점 16개에 현장 직원을 120명 정도를 투입해 직영점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주간, 월간 실적 회의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며 점주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많은 외식업주가 직영점에서 보이는 사업의 문제점을 고치기보다는 가맹점을 개설해 로열티를 받아내는 데 집중합니다. 직영점 현장 관리가 매우 어려워 많은 기업이 가맹점을 늘리는 데 급급한 것이죠.” 홍대개미는 직영점에서 나오는 문제점을 분석해 개선된 시스템을 가맹점으로 이전해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김형일 대표는 홍대개미의 아이템 자체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배달 시장이 커지고 테이크아웃이 늘어나는 요즘, 홍대개미는 배달, 포장이 모두 빨라 소비자들의 수요를 끌어내기 쉬워요. 또 조리 방법이 간단해 소스나 재료만 조금씩 달리하면 해외로도 충분히 확장이 가능하죠.”

 

시장은 험하다, 동업 정신이 중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자체가 동업, 협업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세대 간 장벽도 크고 남과 함께하기보다는 스스로 뭔가를 해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동업을 해야 사람들이 각자의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김형일 대표는 동업 성공을 위한 요소로 기술, 영업, 돈 세 가지를 꼽았다. 아이디어를 잘 내는 사람, 영업과 투자 유치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현해내는 사람, 이러한 아이디어를 뒷받침해줄 재력을 가진 사람이 모여야 성공적으로 창업을 이룬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모든 능력을 겸비하기는 어렵다. “홍대개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개인 사업으로 홍대개미를 운영하던 임 대표는 15~20년 동안 다양한 외식 업종에 종사하던 전문가예요. 저는 임 대표처럼 좋은 콘텐츠를 잘 개발하는 편은 아니에요. 반대로 저는 투자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하는데 특화된 것 같습니다.”

 김형일 대표는 창업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이 위 세 사람 중 어디에 속하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시너지를 낼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업, 협업에 대한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사업은 버텨야 한다고도 말했다. “외식업은 특성상 한 번 잘되면 수익이 순식간에 들어오지만 다른 사업은 성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아이디어가 많지만, 생각보다 시장을 쉽게 보는 경우가 많아요. 스타트업은 일 년을 쉬지 않고 일해야 결과가 나옵니다.”

 

안수민 기자 sally@

사진두경빈 기자 hayab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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