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권 교수는 "우리가 더 불편해져야만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가위기자 fleeting@
장이권 교수는 "우리가 더 불편해져야만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골개골”, “귀뚜르르뚜르르

  여름철 개구리 소리와 가을의 귀뚜라미 소리. 우리에게는 그저 듣기 좋은 계절의 순간일 뿐이지만, 정작 소리 내는 동물에게는 애절한 구애의 신호다. 동물의 소리가 지닌 뜻을 알아내기 위해 산과 들을 누비는 이가 있다. ‘자연덕후라 불리는, 행동생태학자 장이권 교수다.

-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행동은 나와 주변 환경을 연결합니다. 환경에는 물리적 환경도 있지만, 주변 친구들, 가족들도 모두 환경이라 할 수 있어요. 우리는 행동을 통해 나와 주변 환경의 관계를 바꿉니다. 어떤 행동을 하면 주어진 환경에서 더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하죠.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집니다. 모든 동물은 행동을 통해 주변 자원을 이용하기도 하고 위험을 회피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 다양한 행동에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생존번식이에요. 저는 동물의 특정 행동, 특히 동물이 내는 소리가 어떻게 생존과 번식에 도움을 주는지 주로 연구합니다.”

- 동물의 소리를 연구하는 구체적인 방식이 궁금합니다

  “동물들한테 너 왜 이런 행동을 하니?’하고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끈질기게 관찰합니다. 먼저 행동표를 만들어요. 동물이 하는 모든 행동을 기록하는 겁니다. 일어선다, 날개를 움직인다, 노래한다 등등. 그런 다음 행동을 통해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봅니다. 어떤 소리를 냈더니 암컷이 다가왔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참 확률적입니다. 행동이 바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구애 행동을 한다고 해서 꼭 짝짓기에 성공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아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시기별, 장소별, 계절별 행동을 쭉 기록한 데이터를 토대로 특정 행동과 개연성 있는 결과를 연결합니다.

  그런 다음 동물 없이 동물의 신호만 내보냈을 때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합니다. 소리 신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인공적으로 만든 소리가 예측했던 변화를 끌어낸다면, 그 행동(소리 신호)과 결과는 정확한 인과관계를 갖는 거죠.”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소리가 있으신가요

  “수컷 귀뚜라미는 울음소리로 구애합니다. 이때, 서로 다른 두 집단의 수컷이 비슷한 울음소리를 낸다면 그 소리가 다른 집단의 암컷까지 유도해 둘 사이 교잡을 일으킬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잡종 귀뚜라미 새끼는 번식력과 생존력이 순종보다 떨어집니다. 귀뚜라미로서는 교잡을 피해야 하는 거죠.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는, 종 분화 초기의 귀뚜라미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이들의 종 분화를 유도하는 요인이 뭔지 연구했어요. 두 귀뚜라미 집단은 어떤 지역에서는 서로 격리돼 있었고 어떤 지역에서는 함께 서식했는데, 두 집단의 교류가 없는 전자에서는 쉽게 종 분화가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럼 후자는 어떨까요? 두 집단이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후자의 경우 교잡으로 인한 손해를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이를 피하려면 서로를 구별할 수 있도록 두 집단 간의 형질 차이가 더 벌어져야 했죠. 귀뚜라미들은 울음소리가 변했습니다. 비슷했던 서로의 소리에 차이가 만들어짐으로써 교잡을 줄였어요. 실제로 이들의 울음소리 변화는 서로 격리된 지역의 두 귀뚜라미 집단과 비교했을 때 훨씬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 수원청개구리가 특이하게 행동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수원청개구리의 행동이 참 독특해요. 논 한가운데에서 벼를 붙잡고 노래하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면 이 행동의 원인은 참 비극적입니다.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경쟁 관계인데요, 청개구리가 일방적으로 이깁니다.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는 굉장히 빠르고 우렁찬 데 반해 수원청개구리는 천천히,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거든요. 암컷들이 좋아하는 신호는 청개구리 소리인 겁니다. 수원청개구리가 청개구리와 같이 노래하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에게서 멀어지려 합니다.

  논에 사는 개구리에게는 논둑이 가장 울기 좋은 장소예요. 개구리가 노래하려면 단단한 지지대가 필요한데 논둑이 그런 역할을 해주거든요. 논둑에 있으면 외부에서 오는 암컷과 빠르게 접촉할 수도 있습니다. 수원청개구리는 논둑에 자리 잡은 청개구리로부터 멀어 지려고 논 한가운데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노래할 만한 지지대가 없어요. 그래서 수원청개구리는 벼를 붙잡고 노래하는 겁니다. 재밌어 보이는 행동이지만, 사실은 경쟁에서 밀려난 결과인 거죠.”

- 멸종위기종 연구에도 앞장서고 계신데요,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에 요구되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 앞서 말씀드린 수원청개구리도 이제 몇 천 마리밖에 없어요. 제초제로 논둑의 풀을 제거하고, 시멘트를 이용해 논둑을 만드는 현대 농법은 개구리가 쉴 공간을 없앴습니다. 앞으로도 수원청개구리는 점점 줄어들겠죠. 사실 이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당장 우리 생활에 불행이 닥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도 생태계를 이루는 하나의 고리예요. 고리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될수록 건강한 생태계죠. 최근 많은 고리가 끊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이 제공하는 물질을 필요로 합니다. 신선한 공기라든가, 깨끗한 물 같은 것들이요. 이를 생태계 서비스라고 합니다. 이 서비스의 질은 자연생태계의 생물종이 풍부할수록 높아집니다. 다양한 생물이 같이 살고 있기에 신선하고 깨끗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거죠. 지금처럼 생물종이 하나씩 사라지다 보면 생태계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 하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야생동물은 굉장히 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인기 없는 말이지만, 공존을 위해서는 우리가 더 불편해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생태계 고리가 끊어지지 않아요. 편리함만 추구하는 건 훼손의 지름길이에요.”

- ‘동물을 관찰하는 건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감정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밝혀졌어요. 개과 동물들은 놀이를 시작할 때, 양발을 앞으로 쭉 내밀고 상체를 바닥에 붙입니다. ‘지금부터 놀자하는 놀이 인사죠. 이때부터 개과 동물들은 서로 티격태격하며 놉니다. 그런데 덩치가 큰 형이 동생과 놀 때, 온 힘을 다해서 장난을 치면 어떨까요? 동생에게는 놀이가 아니게 되죠. 그래서 형은 동생에게 져줍니다. 장난을 칠 때만큼은 덩치 큰 개가 작은 개를 살살 다뤄요. 다른 상황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놀이할 때는 내가 져줘야 한다는 걸 아는 겁니다. ‘공정의 개념을 아는 거죠. 도덕이나 감정 같은 개념은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었던 겁니다.

  한국 사람의 특징이 뭐냐고 한국인에게 물으면 잘 대답을 못 해요.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뭐든지 빨리빨리 한다거나 흥이 많다거나 하는 특징들을 쉽게 대답합니다. 그 사람들은 한국인이라는 틀 밖에 있기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려면 사람이라는 틀을 벗어나야 합니다. 동물 연구는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문이에요.”

| 이동인기자 whatever@

사진| 양가위기자 fl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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