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이대희 감독과 조영각 프로듀서가
관객과의 질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위 게더, 해피투게더! 독립영화행사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14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15년간 이어진 행사는 개성 있는 독립영화인과 작품의 등장을 축하하며 독립영화 제작과 상영을 응원해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관객이 추천한 독립영화 5, 그리고 행사를 진행한 조영각 프로듀서가 고른 영화 7편까지 총 12편의 독립영화를 재조명한다. 작품 상영 후에는 독립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14일 이대희 감독의 독립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이 상영되며 행사가 막을 열었다. 2012년 개봉한 <파닥파닥>은 고등어 파닥파닥이 횟집 수족관에 갇힌 후, 바다로 돌아가고자 탈출을 시도하며 겪는 내용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파닥파닥은 수족관의 질서를 구축해온 권력자 올드 넙치와 그에 순응하는 다른 물고기들과 갈등을 빚는 동시에 그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인간의 삶이 작중 구석구석 반영된 의인화된 물고기들의 모습, 그리고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은 주인공의 결말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영화 상영이 끝나자 이대희 감독과 조영각 프로듀서가 관객과의 대화프로그램을 위해 단상에 올랐다. 조 프로듀서는 <파닥파닥>의 제작기를 물으며 질문을 시작했다. “이전에 다녔던 애니메이션 회사를 오고가던 길에서 매일 마주친 횟집 수족관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이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열망으로 회사를 박차고 나와 제작에 뛰어들었다. 횟집에서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고, 낚시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재를 구체화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주류 산업인 극장 상영용 장편 애니메이션 산업을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3년 정도면 애니메이션 제작을 완성할 수 있는 힘은 있었지만, 투자나 배급 여건을 마련하느라 개봉까지 7년이 걸렸어요.” 조 프로듀서는 애니메이션 감독과 영화를 제작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감독들이 수년간이나 고생해 제작한 영화가 극장에서 2주 정도 짧게 상영하고, 또 그것마저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힘들어하며 일을 그만두곤 했다고 덧붙였다. 이대희 감독은 생각에 잠기다 말을 이어갔다. “저 또한 <파닥파닥>을 만들면서 세상에 계속 내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생각보다 이 일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꽤 계셔서 그분들과 함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이대희 감독은 현재 <스트레스 제로>라는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완료하고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관객은 주로 애니메이션은 아동을 대상으로 만들지만, <파닥파닥>에서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적나라한 연출부분이 많았다어떤 연령층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대희 감독은 <파닥파닥> 제작 당시 영화의 수용 대상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인 자유를 향한 의지를 강력히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대답했다. “개봉을 하고 보니 물고기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영화를 많이 상영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어린 수용자에 대한 배려를 안했다는 생각도 들었죠.”

  또 다른 관객은 애니메이션 중간중간에 삽입된 뮤지컬 형식으로 결정적인 순간의 감정과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이런 연출을 하게 된 계기와 감독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작중 뮤지컬 형식을 도입한 시도 자체는 만족해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했다. “수족관 안이라는 삭막하고 제한된 공간에 갇힌 전체 흐름에서, 공간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뮤지컬이 등장한다면 큰 대조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기술적인 연마가 부족해 표현하고자 한 바를 모두 표현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네요.”

  마지막 질문으로 다른 관객은 착하고 도전적인 이미지였던 고등어와 놀래미가 수족관을 탈출하지 못하고, 기회주의자이자 권력자이던 올드 넙치가 바다로 갔다는 결론에서 착한 자는 희생당하고, 결국에는 기회주의자가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이것이 감독이 전하고자 한 의도가 맞는지 물었다. 이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또한 순진한 놀래미와 도전적인 고등어가 죽는 결말은 각본을 쓰면서도 상당히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오히려 착한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메시지를 표현하려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놀래미와 고등어의 도전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는 점도 전하고자 했어요. 제 나름대로는 의미 있는 희생으로 누군가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는데, 결국에는 영화를 보고 관객 분께서 판단하신 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해석은 관객의 몫이니까요.”

 

최현슬 기자 puri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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