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인조 패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식품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구글의 3억 달러 인수제안을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월엔 식물성 대체단백질을 제조하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된 비욘드미트(Beyond Meat)’가 거래 첫날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이에 뒤따라 켈로그, 네슬레 등 초국적 식품 대기업도 대체단백질 개발에 뛰어들며, 대체단백질 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첨단기술을 등에 업은 대체단백질 식품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식품 산업의 미래로 부상할 수 있을까.

 

식량위기와 환경오염 대비할 대체식품

 대체식품은 주로 소고기·돼지고기 등의 육류와 달걀·치즈와 같은 축산식품, 즉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품군을 총칭한다. 세계시장에서 대체단백질 식품이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까운 미래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식량자원 위기다. 육류 생산량이 인구증가와 더불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인류의 육류 소비량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이정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현재의 추세를 따라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92억 명까지 증가했을 때 인류의 육류 수요량은 455만 톤일 것으로 예측된다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료 7kg과 물 15.5톤이 필요한데, 이를 미래 수요량에 맞춰 공급하기에는 토지나 용수를 비롯한 생산기반이 매우 부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축산과정에서 가축들이 방출하는 온실가스는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작년 10월 과학주간지 네이처(Nature)지에서 2050년이 되면 가축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의 9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성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동물성 단백질의 주공급원인 육류생산을 위해 소비되는 엄청난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며 국내외에서 채식주의와 같은 윤리적 소비가 대두되는 것 또한 동일한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바이오기술과 식품나노기술 등 첨단기술이 발전하며,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해 기존 육류와 유사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박미성 연구원은 현재 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임파서블 푸드비욘드미트뿐 아니라 최근 출시되기 시작한 국내 스타트업의 대체단백질 식품 모두 단순히 원료를 반죽하는 방식으로 가공했던 기존의 단계에서 진일보해 식품제조에 첨단기술을 결합한 푸드테크(food-tech)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전했다.

 

식물성 대체단백질, 관건은 맛과 식감

 대체단백질 식품은 식물성 대체단백질·식용곤충단백질·해조류단백질·미생물단백질·배양육의 5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 식물성 대체단백질 식품이 전 세계시장규모의 87.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의 상업화 가능성도 가장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종연(경성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식물성 대체단백질의 경우 원료공급이 비교적 원활하고 저렴한 데다,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시판 및 기술기반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식물성 대체단백질은 기존 육류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차이는 단백질의 기본구성을 이루는 아미노산 종류의 비율에 따라 체내에서 단백질 구성과 활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과 달리 체내에서 대사를 통해 생성되지 않아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을 균형 있게 함유하지 않고 있다. 조철훈(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식물성 대체단백질로 일반 육류의 동물성 단백질을 100% 대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기술의 발전으로 식품첨가물 등을 인공적으로 첨가하면 일부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물성 대체단백질에는 식육이 가지는 미량물질(비타민, 철분 등)이 없어서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반 육류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내기 위해 식물성 대체단백질엔 여러 식품첨가물과 식물성 포화지방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이유로 식물성 대체단백질은 고도의 가공식품과 다른 바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존 식품과 비슷하게 적정량을 섭취했을 시 큰 영양학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조철훈 교수는 관련 원료가 이미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로 존재해 오랫동안 섭취해 오던 것이므로, 혹시 모를 위험성에 대한 검사는 계속돼야 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식물성 대체단백질 상용화를 결정지을 핵심적인 요인으로 맛과 조직감을 꼽는다. 실제로 미국의 임파서블 푸드는 육류 맛의 핵심은 유기철분인 헴(Heme)에 있다는 것에 주목해, 식물에서 유기철분을 추출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맛을 개선함으로써 미국 대체단백질 식품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식물성 대체단백질을 개발 중인 신경옥(삼육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아무리 신기술이 활용되고 영양학적 이점이 있더라도 음식 섭취의 본질은 맛이 없으면 먹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최대한 기존 육류와 비슷한 맛, 조직감, 색을 누가 더 가깝게 만들어 내느냐가 대체단백질 식품 경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식량위기, 환경문제 부상하며 대체단백질 수요 증가해

신산업 기반 구축할 논의 통해 미래기술 상용화 준비해야

 

먼상용화주목해야할 미래 기술

 현재는 시제품 단계에 있으나, 배양육 기술과 3D 프린팅 식품기술 역시 대체단백질 개발을 이끌 첨단기술로 꼽힌다. 배양육은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세포증식을 통해 얻게 되는 대체단백질로, 맛과 구조면에서 현재 일반 육류와 가장 흡사하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아직 개발단계인 데다 생산에 있어 많은 절차가 필요한 만큼 배양육 상용화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배양육 생산 비용은 2013100g375000달러, 2017100g1986달러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지만,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 위해선 여전히 대량생산 기술의 확보를 통한 생산단가의 획기적 절감이 요구된다. 조철훈 교수는 가축으로부터 세포를 채취하는 과정, 세포를 증식하고 근육으로 분화·성장시키는 과정, 그리고 근육을 현재 식육과 유사하게 만드는 식육화 과정에 이르는 모든 단계가 상업적 이용에 적합할 만큼 효율적이고 저비용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양육 상용화엔 비용 절감 외에도 철저한 안전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동물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하는 배양액에는 소 혈청, 성장인자, 호르몬, 아미노산, 비타민 등 여러 성분이 복합적으로 함유돼있기 때문이다. 정종연 교수는 배양육 생산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성분들이 얼마만큼 사용되고 있는지는 기업의 비밀과 대외비로 취급되고 있다상용화 이전에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배양액 성분에 대한 안전성 평가와 투명성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식품제조기술도 유럽 시장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식품원료를 혀로 느낄 수 없는 크기의 작은 입자로 가공한 후 쌓아 나가는 방식인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로 분자를 재배열해 음식을 성형하는 생산 방식이다.

 다양한 물성을 가지는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고 이를 공간상 배치할 때 부피를 얼마나 비워내고 채우는지에 따라 식감은 민감하게 변화하는데, 3D 프린터는 컴퓨터 설계를 통해 재료를 출력해 균일하고 최적의 맛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D 프린팅을 통한 음식의 미세구조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이진규(이화여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3D 프린팅 식품제조의 주원료는 해조류나 대량 번식시킨 곤충의 단백질 등으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충분한 영양을 갖춘 대체식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산업 기반 마련할 논의 필요해

 대체단백질 식품의 상용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해외시장과 달리 국내의 대체단백질 식품 산업은 출발단계다. 최근 풀무원과 CJ 제일제당 등 국내 식품기업들은 대체단백질 출시계획을 발표하고 개발을 진행 중이며, 자체 기술을 확보한 일부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시판이 시작된 상황이다. 조철훈 교수는 향후 국내 대체단백질 식품 산업은 서양처럼 급격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성장하리라 예상한다기본적인 식습관의 차이는 있으나 국내에서도 환경과 동물복지, 지속가능한 개발 등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체단백질 식품시장이 크게 성장할 경우를 대비한 다방면의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먼저 대체단백질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안전성 기준의 확립이 요구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체단백질이라는 새로운 식품군에 대해 별도의 안전성 기준 및 성분 표시를 적용하진 않고 있다. 국내 대체식품 시장규모는 아직 협소해서 대체식품의 안전성, 식품 규격 및 기준에 대한 논의가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박미성 연구원은 신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관련 규격 및 기준 정비, 알레르기 예상 품목이 함유된 식품의 라벨 표시 규제 등이 필요하다배양육의 경우에는 상용화에 성공하면 생산 및 유통과정에 대한 관리 감독 관할권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기존 축산업계와 용어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실제로 북아메리카육류협회(NAMI)는 배양육이 기존의 육류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기존 육류소비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해, 배양육(In Vitro Meat)육류(meat)’라는 단어를 쓰는 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배양육 라벨지에 육류표기를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 25개 주에서 제출됐고, 8개 주에서 통과됐다. 이정민 연구원은 유럽연합 의회 역시 육류와 관련된 용어와 명칭을 전적으로 동물의 식용 가능한 부위에 한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채택했다신산업의 등장과 함께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집단 간의 대립을 참고해 국내에서도 대비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존 축산업계와의 갈등도 예상되지만, 일반 육류와 대체단백질이 양립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조철훈 교수는 대체단백질이 개발되더라도 현재 축산을 통해 생산되는 일반 육류도 여전히 굳건하게 존재할 것이며, 그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미래에는 일반 육류와 여러 대체단백질 식품들이 상호 보완하는 양상으로 시장에서 공존하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규 교수는 대체단백질의 개발은 근본적으로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인간의 열망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대체단백질 식품은 인간의 욕구를 폭넓게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예정 기자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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