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직접 참여할래요!”

기부 효능감 늘리는 게 핵심

지속성 위해 참여동기 필요해

기부 마라톤 행사인 'Give Run'에선 참가자의 수익금으로
난치성 질환 아동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길거리 모금, 구세군 냄비 등 현금기부를 받는 전통적 모금 방식이 축소하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332.5%였던 현금기부 인구 비율은 꾸준히 감소해 201924%를 기록했다. 전통적 모금 방식인 현금기부가 식어가는 데는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과 더불어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증가와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대신 현금기부보다는 기부자가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참여형 기부가 인기를 끈다. 차경욱(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특히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참여형 기부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로 기부 유도하는 퍼네이션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에 따르면, 기부 참여가 저조한 원인 중 기부단체 등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79.1%에서 201914.9%로 증가했다. 이는 경제적 여유 부족, 기부에 대한 무관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120억 원 이상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건, 어금니 아빠 사건 등 기부 단체의 비윤리적 행보와 자극적인 언론 보도를 불신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현수 국제공인모금전문가는 기부자들은 기부금 횡령 등으로 논란이 됐던 기부단체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특히 언론은 기부에 대한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식을 과장해 기사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불신을 더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은 기존 기부자들의 이탈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부자 유입에도 걸림돌이 된다. 한국모금가협회 황신애 이사는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대부분의 기부단체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편인데, 사람들에겐 몇몇 부정적 사건들이 더 오래 기억된다특히 평소에 기부를 안 하던 사람으로선 거부감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부의 목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변했다. 불쌍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동정심을 유발해 후원을 유도하는 방식은 이제 잘 통하지 않는다. ‘사랑의 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문화연구소 박미희 연구원은 과거엔 많은 사람이 기부를 불우한 이웃 돕기정도로 생각했었다요즘은 기부를 사회에 참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특성과도 이어진다. 박 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는 학교의 의무 봉사, 여러 집회 등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다요즘 젊은이들이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부를 통해 직접 도움을 주려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부단체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부자의 인식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기부단체나 기업들도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참여형 기부 중에서도 즐기며 기부한다는 뜻의 퍼네이션(FunDonation의 합성어)’이 유행이다. 퍼네이션의 핵심은 바로 재미. 김현수 국제공인모금전문가는 사람들이 기부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것은 바로 재미라며 밀레니얼 세대는 진지한 것보다 즐거운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도움을 주는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기부자가 걸은 거리만큼 기부가 되는 사회공헌 앱 빅워크등은 대표적인 퍼네이션 사례다. ‘기부 마라톤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은 2017년부터 ‘Give Run’이라는 기부 마라톤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굿피플 관계자는 “‘Give Run’ 마라톤의 참가비 수익금은 국내 희귀난치성질환 아이들의 치료비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참가자는 20171817명에서 2019305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로 퍼네이션을 기획하는 경우도 많다. 구독자 116만명을 보유한 슛포러브유튜브 채널이 대표적이다. 슛포러브의 대표 콘텐츠는 과녁 맞히기 챌린지. 축구선수들이 초대형 과녁에 공을 차는 게임을 해 산출된 점수만큼 직접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한다. 시청자 역시 간접적인 기부 참여자다. 영상 조회수 1회당 1원이 기부된다.

 

기부자 관여도 높아야 지속성 증가

  퍼네이션은 일회적 행사가 대부분이고, 기부자들 역시 한 번의 참여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차경욱 교수는 재미로 퍼네이션에 참여한 이들은 재미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자발적 참여 동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국제공인모금전문가는 기부자가 느끼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가 자발적 참여 동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타인을 도우면서 느끼는 진정한 기쁨이 기부 활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김현수 모금전문가는 기부를 재미로 한 번 하는 사람은 있지만, 기부가 만든 변화에 재미를 느끼고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재미뿐 아니라 관여(engagement)’도 참여형 기부의 중요한 요소다. 기부에 대한 관여도가 높을수록 본인의 기부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한국모금가협회 대학모금가포럼 박정배 회장은 기부자가 기부단체가 기획한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면, 기부단체에 대한 기부자의 관여도가 깊어진다기부단체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까지 넓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부단체는 SNS 등 소통채널을 다각적으로 이용해 기부자들이 만들어낸 변화를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전략을 이용하고 있다. 유니세프의 경우 기부자가 후원하는 해외아동이 직접 영상편지로 감사의 인사를 남기면, 그 영상을 기부자에게 전달해 기부자가 기부 효용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기부단체의 관리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제약이 있다. 차경욱 교수는 퍼네이션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기부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부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함께 지켜보며 나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장기적인 기부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 김민주 기자 itzme@

사진제공 | 굿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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