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표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는 직원들, 소독 작업이 한창인 로비,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경고문까지. 지난 215일 코로나19 29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안암병원은 유난히 분주했다. 이틀 간 소독작업을 마치고 219일 다시 문을 연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의학과 과장 김수진(의과대 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 안암병원 응급의료센터가 침착한 확진자 대처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날(15) 응급실에 온 환자는 해외여행 이력과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없어서 선별진료소로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엑스레이(X-ray) 결과 비전형적인 바이러스성 폐렴이 의심돼서 환자를 격리 조치하고 검사를 진행했다. 자체 검사에서 약한 양성을 보여 질병관리본부에 재검사를 의뢰했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 신속한 조치에 비결이 있나

  “응급실에는 대개 진단명을 알 수 없는 환자가 오기 때문에 잘못하다간 의료진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의사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치료가 좌지우지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이번 조치는 충분한 사전 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대대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1월부터 진료 흐름, 스크리닝(선별 검사), 환자 이송과 격리 절차 등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지침을 세우고 모든 의료진과 공유했다. 하루아침에 이런 대책을 만들어낸 건 아니다. 2009년부터 매년 재난대비훈련을 시행하고 프로토콜(지침)을 점검하며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시스템의 힘이다.”

- 현재 우리나라는 재난 상황인가

  “응급의학과는 재난의학을 다루는 전문과다. 재난의학에서는 공급할 수 있는 의료자원에 비해 그 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난 상황을 재난이라고 일컫는다. 아직은 국내 의료자원으로 버퍼(완충)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의료진, 병실, 마스크 등의 공급이 모자라니 지역 내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 재난 상황에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이상 전염을 완전히 차단하는 건 힘들다. 몇몇 의료진의 희생정신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적절치 않다. 전염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자원의 수요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공급이 부족한 대구와 경북에는 의료진을 파견하고 의료물품을 보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무엇보다 최소화해야 하는 건 인명피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이 중증환자에게 먼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 의료진과 본교 구성원에게 하고픈 말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완치되는 경증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현실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주어진 자원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응급의학과는 이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지금까지의 준비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덕분에 지금의 인력으로도 감당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감당할 거다. 의료진에게는 자만하지 않고 중증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자고, 시민들에게는 두려움 때문에 현장에 있는 의료진을 소외시키지 말아 달라고 전하고 싶다.”

 

최낙준 기자 choigo@

사진양가위 기자 fleeting@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