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하는 교수, 수업 듣는 학생. 개강 초의 당연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대는 지금 학교에 없다.

 황량한 교정엔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교직원의 분투만 남아있다. 집에선 볼 수 없는 본교 구성원들의 비상한 일상을 담았다.

 

제자들을 직접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SK미래관 522, 최정현(본교·노어노문학) 강사는 학생 하나 없는 휑한 교실에서 혼자 카메라를 보고 수업을 하고 있었다. 2주치 강의를 한꺼번에 촬영할 생각으로 오전 11시부터 5시간동안 강의실을 빌렸다. “1월부터 계속 집에 있다가 오랜만에 나온 김에 다른 강의 영상도 촬영하고 가려고요.” 처음 해보는 온라인 수업이지만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2주라고 하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다. “온라인 강의로 개강 준비를 해도 활기찬 새 학기 분위기는 안 나네요.”조만간 텅 빈 강의실이 제자들로 가득 차길 기다린다. “얼른 제자들과 강의실에서 밀린 얘기도 하고 잔소리도 하고 싶어요.”

이승은기자 likeme@

사진배수빈기자 subeen@

 

칼은 뽑았는데 벨 무가 없어졌어요

  2020년 전역의 해가 밝아오자 장효중(정경대 경제16) 씨는 열심히 살리라결심했다. 군대도 다녀왔으니 더는 게으를 핑계도 없었다. 오랜만에 전공 책을 꺼내 읽고, 토익 공부를 시작했다. 헬스장도 다녔다. 2년 만에 학교로 돌아갈 생각에 한껏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 개강이 연기되자마자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토익 공부도 할 만큼 해뒀지만, 시험이 취소돼버렸다.

  “뭘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김이 팍 새버렸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갈아온 칼이 아까웠다. 개강 연기된 2주 동안 집 앞 카페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공부 중이다. “제가 복학한 게 맞나요. 어서 학교로 돌아가 수업듣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습니다.”

| 조민호기자 domino@

사진제공 | 장효중(정경대 경제16)

 

자가격리는 홈 트레이닝에 제격이죠

  학창시절 운동선수로 활동했던 조윤호(문스대 스포츠과학19) 씨는 지금도 몸매 유지를 위해 신체를 단련한다. 러닝, 수영 같은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체육 시설이 문을 닫았다.

  집에 가만히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쇼파에 다리를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하면 운동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홈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집 안에 있는 지형지물을 활용하면 전문 운동기구 못지 않아요.”

  요즘은 거실에 드러누워 레그 레이즈(Leg Raise, 누운 상태로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내리며 하복부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를 하고 있다.“제 목표는 빨래판 복근을 만들어 배에서 빨래를 하는 겁니다!”

| 이성혜기자 seaurchin@

사진제공 | 조윤호(문스대 스포츠과학19)

 

힘들지만 학생들의 감사 인사에 벅찬 마음

정말 고생이 많으셔써 감사한다는 말을 전해고 싶습니다.” 안암학사 외국인 기숙사 격리동에 머물렀던 학생이 서툰 한국어로 눌러 적은 편지 일부다. 안암학사관리운영팀 직원 신시원 씨는 격리동 외국인 학생들의 끼니를 챙기며 편의를 봐주고 있다. “학생들의 감사 인사를 들을 때면 힘이 들다가도 가슴이 벅차요.”

한때는 그도 고려대 학생이었다. 인문대 중국학부를 졸업하고 2년 차 교직원이 됐다. “학생 때는 잘 모르고 교직원에 불만을 품기도 했지만, 직접 돼보니 정말 다르더라고요. 저희 부장님이나 사감장님이 저보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세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얼른 정상으로 돌아와서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네요.”

| 신용하기자 dragon@

사진제공 | 신시원씨

 

심심해서 공부하는 나, 정상인가요?

  2019학년도 2학기 학점 1.98. 학사 경고 기준인 1.75을 간신히 피한 김정연(경영대 경영19) 씨는 코로나19로 자취방 밖을 나서기 힘들어지자 공부를 시작했다.

  기억에서도 흐릿한 고3 시절의 모습처럼 책을 읽거나 평소 관심있던 주식 공부를 했다. 작심삼일이려니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의 공부 열정은 삼일을 넘어 한 달을 바라보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봤지만, 시간만 속절없이 흘려보내니 지루해지더라고요.” 심심해서 공부하는 스스로를 보면 가끔 소름도 끼친다. “그래도 어서 상황이 나아져서 친구들이랑 술도 마시며 놀고 싶어요.”

| 신용하기자 dragon@

사진제공 | 김정연(경영대 경영19)

 

오렌지 박스를 들지언정 내 용돈은 내가 번다

  코로나19가 자립을 꿈꾸던 새내기 밥줄까지 끊어놓을지 몰랐다. 아르바이트하던 고깃집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악화로 문을 닫아 실업자가 돼버렸다.

일거리를 찾다 허성훈(공정대 빅데이터20) 씨는 사촌 형과 함께 광주의 한 물류창고에서 오렌지 포장 업무를 시작했다.

아들, 돈 많이 벌어 와!” 부모님은 타지로 떠난 아들을 미련 없이 보내주셨다. 박스를 열고, 다시 닫고, 테이프를 두르고. 같은 일의 반복이다. 택배 상하차까지 고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17kg짜리 오렌지 박스를 200번 나르면 저녁에 그냥 잠이 들어요. 3주 알차게 일하고 학교 갈 겁니다.”

| 이성혜기자 seaurchin@

사진제공 | 허성훈(공정대 빅데이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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