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유독 눈 내린 날이 적었다. 전국적인 기상 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다. 북극도 매년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9(일 년 중 해빙이 가장 많이 녹는 달) 북극 해빙 면적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좁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10~20년 안에 북극 해빙이 모두 녹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예측이다.

  상황은 나아질까. 북반구 중위도 이상기후 전문가인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비관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올 것이기 때문에 각국이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게 될 것입니다. 큰 비용과 장기적인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친환경 사업에 노력을 기울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해빙 감소로 약해지는 제트기류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줄면 중위도 지역에는 이상기후 현상이 증폭된다. 북극을 감싸며 도는 극 소용돌이인 제트기류(Jet stream)가 힘을 잃고 사행하기 때문이다.

  제트기류와 같이 지구에 부는 대규모 바람은 단순히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지 않고 온도에 의해 움직임이 조절된다. 상대적으로 차가운 북극과 따뜻한 적도 사이 온도 차가 심한 경계에 온도풍이 부는데, 제트기류도 일종의 온도풍인 것이다. 해빙이 녹아 북극과 중위도 사이 온도 차가 줄어들면 제트기류의 소용돌이도 약해진다.

  힘을 잃은 제트기류가 북극에 머물지 않고 불규칙하게 움직이면, 북극에 갇혀있던 찬 기운이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와 겨울철 한파와 여름철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제트기류 변화의 영향이 큰 지역에 속해있다는 것이 김백민 교수의 분석이다. “주로 유럽, 동아시아, 북미 동부 지역에서 제트기류가 세게 형성되기 때문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어요. 해당 지역 대부분이 인구 밀집 지역이라 이상기후의 피해가 큽니다.”

  지난 겨울이 유독 따뜻했던 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제트기류의 변동성을 초래하는 스칸디나비아반도 북해안 바렌츠해 해빙 지역이 이번 겨울엔 거의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전체적으로 해빙이 녹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겨울철 해빙 면적의 회복력이 다르다이외에도 해수면 온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이 특히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동성도 주목했다. 이전에도 있었던 혹한·한파·태풍 등 이상기후가 온난화와 함께 더 불규칙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엔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없어졌을 만큼 겨울철 한파도 한 번 오면 길게 오고, 또 한참 오지 않기도 하는 등 주기가 굉장히 복잡해졌어요. 제트기류의 변동성과 관련이 깊은 이런 현상들은 계속 연구를 해봐야 할 이슈죠.”

 

비 오듯 땀 흘리는 북극

  북극 해빙을 녹이는 주범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인류다. 문제는 땀 흐르듯 녹아내린 해빙이 다시 지구온난화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빙은 지표면을 향하는 햇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얼음의 알베도(햇빛 반사율)50%~70%, 바다의 알베도인 6%보다 훨씬 높다. 북극권 해빙이 녹아 태양광을 반사하는 얼음이 감소하면 물과 토지가 흡수하는 태양 에너지는 증가한다. 다시 뜨거워진 북극이 해빙을 더 폭발적으로 녹게 하는 현상을 가리켜 알베도 피드백이라 한다.

  김백민 교수는 인간 활동으로 이산화탄소가 증가한 결과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행하게도 그것들이 다시 북극 온난화를 심화하는 양(positive)의 피드백으로 작용하고 있죠. 2030~2040년 사이에 북극의 여름철 얼음이 다 녹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겨울철 얼음까지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지구는 현재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있다고 봐요.”

 

김영현 기자 carol@

인포그래픽윤지수 기자 ch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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