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백 번, 떨어져도 또 도전

라서 납득하는 배우 되고파

 

 카메라 앵글 속 영락없는 장난꾸러기, 웹드라마에서 영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통통 튀는 감초 역할. 작년 11월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도 장난기 많은 안수철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현목(환경생태공학부 11학번) 교우다. 뮤지컬부터 드라마까지 연기영역을 점점 넓히고 있는 6년 차 신인 김현목 교우를 신사동에 위치한 소속사에서 만났다.

 

졸업 1년 남기고 꿈에 전력투구

 중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소년은 한 노래를 들었다. 노래가 주는 울림. 심장이 쿵쾅거려 그대로 노래에 빠져들었다. 예고 진학의 목표도 세웠지만,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공부에 집중하길 바라는 부모와의 실랑이는 도돌이표였다. 일부러 공부에만 관심을 두려고 학과 랩(Lab)실에 들어갔다. 노래 영상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 노래도 멀리했던 시절이었다.

 졸업이 다가오는 4학년 진학 직전, 이렇게는 대학 생활을 마칠 수 없단 생각에 뮤지컬동아리 소울메이트에 들어가며 마지막 반항을 시작했다. 성악·보컬·연기 등 음악과 관련된 학원이라면 일단 들어갔다. 텐투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이 이어졌지만, 지치는 줄도 몰랐다. “누군가에겐 추억을 위한 과정이었겠지만, 저에겐 이 길을 가야겠다는 확신을 준 시간이었어요.”

 

-꿈에 제일 멀어졌던 순간, 마음을 잡은 계기는

랩실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하루는 고대병원 위로 노을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이렇게 지내다간 내가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하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4학년 되기 직전에 랩실을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음악과 관련된 모든 학원을 등록했어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던 거죠.”

 

극단 막내 거쳐 오디션 도전

 연기 인생의 첫 시작은 극단이었다. 무대에 서보고 싶단 생각에 무작정 발을 들였다. 청소 같은 잡일부터 시작해 겨우 무대에 섰지만, 위계적인 분위기에 몸이 굳어졌다. ‘정말 내가 원했던 생활인가?’ 스스로 끊임없이 되물었다. 곧 죽어도 대답은 아니다였다. 고단한 극단 막내 생활 중간중간에 뮤지컬 오디션에도 뛰어든 이유다.

 수없이 떨어지던 중, 전국투어 뮤지컬 <꽃신>에 캐스팅됐다. 정식 데뷔작, 첫 필모그래피가 채워졌다. “제가 하고 싶던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어 행복했죠. 경력 한 줄이 생겼으니까 이를 계기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다양한 표정, 섬세한 감정. 그의 연기를 눈여겨 본 뮤지컬 연출가는 그에게 영화, 드라마 같은 매체 연기로 나아가라 권했다. 또다시 도전이었다. 100편에 가까운 오디션을 보면서 떨어짐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합격 소식도 많아졌다. 독립영화, <도깨비> 단역, <내안의 그놈> 조연,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안수철 까지. 연기영역을 넓히며 출연작을 늘려갔다.

 

-100편 넘는 오디션 중 하나를 꼽자면

한두 장면 나오는 역할인데 사이코패스 역할부터 우는 역할까지 시키셨어요. 한 번은 살인하는 연기를 요청하셔서 의자를 놓고 칼로 찌르는 연기를 하는데 긁혀서 피부가 찢어졌어요. 피가 철철 나며 오디션을 마쳤지만 결국 그 오디션은 떨어졌죠.(웃음)”

 

김현목 씨는'과거부터 해왔던 연기만 고집하지 않고 융통성있는 배우가 되고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사진제공 | ASP컴퍼니
김현목 씨는'과거부터 해왔던 연기만 고집하지 않고 융통성 있는 배우가 되고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사진제공 | ASP컴퍼니

배역 자체에 스며드는 배우로

 바라 왔던 현장이지만, 그는 스포트라이트 언저리에 있는 6년 차 신인이다.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할 기회를 얻어 25시간을 대기 했지만 촬영을 못하고 돌아간 적도 있었다.

 성장과 변화. 이 말들로 신인 김현목은 버틴다. 차근차근 성장하기에 내일을 살고, 그 성장이 발판이 돼 배우 인생이 조금씩 바뀔 거라 믿는다. “지지부진함의 끝에 성과가 나타났어요. 극단에 지쳤을 때 뮤지컬을, 뮤지컬이 끝났을 때 매체 연기의 기회를 잡았죠. 고난의 끝에 성과가 올 것을 알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연기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처음부터 큰 목표가 아닌, 작은 목표를 이뤄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여유로운 마음으로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가길 바라요. 노력하다보면 기회는 올 것이고 그때 달려 나가세요.”

 

-김현목이 꿈꾸는 배우 김현목

김현목이라면 모든 연기가 가능하다. 딱 이 반응이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추구하는 연기도 시대에 따라 변하잖아요. 러니 캐릭터를 제 개성에 맞추는 게 아니라 저를 캐릭터에 맞춰 다양한 연기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죠. 자신이 해왔던 연기 톤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디렉팅을 빨아들이는 융통성 있는 배우가 될 겁니다.”

 

| 이현주 기자 juicy@

사진 | 배수빈 기자 subeen@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