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전달 과정에 의미 느껴

반듯함 넘어 캐릭터 욕심도

 

 순수한 미소와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 2011년 가수로 데뷔해 안방극장까지 진출했다. 22일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서 백림역을 연기한 김진엽(신소재공학과 07학번) 교우다. 적잖은 실패 끝에 패기와 열정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는 그를 만났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김진엽 배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김진엽 배우

실패로 돌아간 반짝가수 생활

 어릴 때 가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가정형편에 빛바랜 장래희망으로 남기고 열심히 공부해서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래도 대학에선 하고 싶은 걸 해보자. 그렇게 시작한 게 중앙흑인음악동아리 테라. 할 줄 아는 게 책상 쳐다보는 일밖에 없어, 처음엔 무대 앞에 서는 것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 성격도 바뀌었다. 관중 앞이 익숙해지고, 노래는 더 뜨거워졌다. 그 뜨거움이 지워지지 않아 공부도 잠깐 내려놓고 학교 밖을 돌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학교를 벗어나서 뭔가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진짜 가수 오디션도 보고,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죠.”

 은인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테라에서 만난 작곡하는 형. 그를 따라 가이드 보컬 아르바이트를 하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혔다. 그렇게 시작한 발라드 가수 생활이다. 2011SBS 드라마 싸인OST 가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화려한 데뷔 끝에 남는 건 없었다. 한국에서 남자 솔로 발라드 가수가 뜨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 어려웠어요. 그 당시 소속사도 규모가 작아 2년 정도 하다가 가수 활동을 중단했죠.”

 모든 걸 접고 복학했지만, 전공 책을 보다가도 문득 이루지 못한 꿈이 아른거렸다. 가수 활동을 해보고 나니 방송인의 꿈이 더욱 짙어졌다. “가수 활동을 한창 하다가 갑자기 책상 앞에 앉으려니 답답하더라고요. 사람들한테 감정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 됐다고 느낀 순간이었어요.”

 

녹록지 않은 배우 생활에 지칠 때도

 그때부터 가수, 배우 따질 것 없이 무턱대고 소속사를 찾아다녔다. 방송에 나올 수 있다면 뭐든 좋으니 닥치는 대로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에 배우 소속사에 합격. 1년 동안 연기 레슨을 받은 후 다음 해에 대학로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어렵사리 얻은 배우라는 이름이지만, 주변의 시선에 한때는 흔들리기도 했다. 그저 젊은 날의 패기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납득시키는 일도 지쳐갔다. “저조차도 제가 배우라는 게 순간 헷갈렸어요. 정체성에 혼란이 오니 배우 일에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오디션에서 단역 하나를 따내기도 어려웠다. 번번이 떨어지는 오디션에 자신감도 같이 떨어졌다. 친구들은 하나둘 취직해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데, 나아진 것 없는 자신의 모습에 초조함을 느끼기도 했다.

 답답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던 우울한 시절. 그를 배우로 버티게 한 건 가족이었다. “형이 지금 와서 남들처럼 회사 들어가서 평범하게 살면 별로 행복하지 않을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고, 저를 응원하는 가족들이 있으니 조금만 더 해보라고 말해줬어요.”

 

오래도록 성장하며 롱런하는 배우로

 배우로서 그는 반듯한 이미지다. 첫 주연작인 MBC 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에선 금수저 의사 역할을 맡았다.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터풀>에서도 여주인공의 따뜻한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을 연기했다.

 이제는 자신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또라이캐릭터가 욕심난다. “제 욕심이지만 나쁘고 못된 역할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보통 나쁘게 생긴 사람이 나쁜 역할을 맡잖아요. 근데 저같이 순하게 생긴 사람이 나쁜 역할을 맡아서 사람들한테 충격을 줘 보고 싶어요.”

 국내에서 배우로 자리를 잡으면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쉬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외국에 나가서 연기해 보고 싶어요.”

 신인 배우로 버티기 힘든 연예계지만, 배우라는 일이 참 좋은 그다. 진심으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제가 나중에 살날이 얼마 안 남아도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롱런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에요.”

 

이승은 기자 likeme@

사진양태은 기자 aur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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