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주가 폭락 속도

2008년 금융위기와 달라

통화정책으로 유동성 공급,

재정정책으로 시장 심폐소생필요해

 

 전 세계 경제가 침체 중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9(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결과를 보일 것이라며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지난달 OECD는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911월 전망치인 2.9%에서 2.4%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코로나19 발발 이전 1.9%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만약 해당 전망치가 실현된다면 5.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였던 적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1980년과 IMF 외환위기 때 딱 두 번밖에 없었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39일 유가폭락 사태 이후, 뉴욕증권거래소는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해당 조치는 지난달 12, 16, 18일에도 이어졌다. 현재 뉴욕증시의 서킷브레이커 제도는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총 3단계로 나뉘어 있다. 네 차례 발동된 1단계 서킷브레이커는 S&P500 지수가 7% 이상 하락하면 15분간 거래를 중지하는 것이다.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로 과열된 주식시장을 잠시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주가 변동 폭이 커진 주원인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다. 김동헌(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시장이 위기 상황일 때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뒤 이를 쓰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투자도 자연스레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미국의 S&P500이 떨어진 규모는 거의 비슷하지만, 우리는 시간에 주목해야 한다“2008년 당시에는 약 6개월에 걸쳐 주가가 떨어졌지만 이번엔 20일 만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실물경제 위축이 금융으로 이어져

 경제악화의 원인이 감염병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엔 실물경제 위축이 금융에 영향을 미쳤다. 김동헌 교수는 쉽게 말해 먹고, 돈을 쓰고, 여가를 즐기던 사람들의 일상이 마비돼 각종 산업에 큰 타격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금지·봉쇄조치를 실시한 미국과 유럽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이동금지 기간 중 미국 GDP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0%나 줄었다. 실업급여 신규청구 건수는 3월 셋째 주 약 328만 명에서 3월 넷째 주 664만 명에 육박했다. 유럽에서도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로존 실업률이 17.4%에서 9%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각국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거나 국채를 사는 등의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대폭 인하하며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김동헌 교수는 금리를 조정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일반적인 통화정책이지만, 금리를 계속 낮춰 제로에 가까워지면 더 이상 내릴 수가 없다이럴 때 중앙은행은 공적 기관의 채권을 사들여 중앙은행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 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는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김동헌 교수는 사람들은 심리적 위기를 느끼면 원화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달러를 찾기 시작한다통화스와프는 달러 수요가 급등하는 상황을 해결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정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실물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활동을 못해 가계 소득이 줄어든 개인과 매출이 없는데도 임대료와 임금을 지불하는 기업 등에 정부가 보조금을 줘야 한다정부가 빚을 지게 되더라도 재정정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17, 117000억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 예산은 방역 조치 소상공인·중소기업 회복 민생·고용안정 지역경제 살리기 등에 편성됐다. 현재 정부는 2차 추경안을 편성하고 있다. 재추경이 이뤄지는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은 8일 열린 제4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기업과 국민이 몇 개월간의 고비를 잘 견뎌내기엔 지원이 충분치 않기에 추가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재정지원이 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는 317일 미 방송매체 ‘CNBC’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오늘날과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는 적자에 신경 쓰지 않고 대규모 정부 지출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적자는 미래에 가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며 세계 2차대전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우리는 필요한 만큼의 돈을 썼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itz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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