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할 땐 광클(미친 듯 클릭)’에 눈물짓고, 못 잡은 강의들은 돈으로 사러다녔던 수강신청의 악몽. 악습을 끊기 위해 20년 만에 수강신청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정원이 마감됐다가 수강신청자가 취소한 과목은 무작위 대기시간이 지난 후에 신청 가능하고, 수강희망과목으로 등록한 강의를 본 수강신청 전에 삭제할 수 있다. 다중 탭은 금지된다. 새로운 신청제도는 529일 진행된 계절학기 수강신청부터 도입됐다. 2학기부터는 우선순위를 기반으로 수강인원을 추첨하는 우선순위 기반 추첨제도 실시된다.

  디지털정보처는 수강신청의 형평성, 안정성 두 가지 측면에서 제도 개편을 설명했다. 과도한 선착순 경쟁과 강의 매매 등을 근절하고, 혼란스러운 수강신청 시스템의 안정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수강신청 시스템을 담당하는 디지털정보처 직원 임어진 씨는 기존 시스템에 수정이 잦아지다 보니, 전산 운영에 문제가 생기거나 시스템 부하가 컸다고 했다. 개편된 수강신청제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순위 기반의 추첨제

  매번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수강희망과목으로 신청하는 인기과목은 추첨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020학년도 2학기 수강신청부터, 학생들은 수강희망과목 등록시 1순위부터 3순위까지 듣고 싶은 과목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나머지 과목은 모두 4순위로 적용된다. 해당 과목 수강희망 인원이 정원을 초과할 경우, 전체 정원의 20%는 우선순위가 높은 순으로 추첨을 통해 우선 선발된다.

  추첨에 탈락한 학생들은 기존 방식대로 남은 정원을 두고 본 수강신청에서 선착순으로 경쟁한다.

  가령, 학생 10, 40, 20명이 각각 1순위, 2순위, 3순위로 전체 정원 60명인 과목 A를 선택했다면, 정원의 20%12명의 학생을 우선순위에 따라 추첨하는 것이다. 1순위 학생 10명은 전원 선발되고, 40명의 2순위 학생 중 2명이 추첨으로 뽑힌다.

  2 0% 기준 은 학생 설문 을 통해 결정됐다. 작년 10, 51대 총학생회 ‘SYNERGY(회장=김가영)’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40%, 50% 등 다양한 기준 중에서 20%를 추첨으로 선발하는 안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수강신청 전() 등록과목 삭제

  수강희망과목으로 등록됐던 과목들을 본 수강신청 전에 삭제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수강신청 전 30분이다. 기존엔 로그인만 가능했던 시간에 과목 삭제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정경대 19학번인 김 씨는 항상 과목을 삭제한 후에야 수강신청을 시작해서 남들보다 느렸는데, 이번 변화로 성공률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수강취소 지연제

  강의 매매와 양도를 방지하기 위해 수강취소 지연제도 도입된다. 정원이 차 마감이 뜬 과목을 시간표에서 삭제할 때는, 30분에서 1시간까지 랜덤으로 배정된 시간이 지나야 다시 새로운 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 제한 시간이 끝나기 전, 수강신청을 시도하면 일정 시간 이후에 신청할 수 있다는 메시지창이 뜬다.

  예컨대 지연시간이 3030초일 때 10시 정각에 취소한다면, 해당 과목을 신청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103030초가 지나야 신청할 수 있다는 알림이 뜬다. 특정 시간을 명시한 건 정확한 대기시간을 알려줘 공정한 수강 기회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김세영(미디어18) 씨는 수강신청 기간에 항상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르는 과목 때문에 밤을 새우곤 했다앞으로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니 그때만 경쟁하면 돼서 편리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디지털정보처는 수강신청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고려대학교 수강신청앱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서 동시 수강신청은 불가능하다. 두 군데 이상의 기기에서 같은 학번으로 로그인했을 경우, 나중에 로그인한 기기에서만 수강신청 시스템 접속이 가능하다.

다중 탭 금지해 서버 안정성 높여

  이번 개편에선 하나의 아이디로 수강신청 창을 여러 개 띄우는 것(다중 탭)도 제한했다. 수강신청 창을 하나 더 띄울 경우, 한 개의 브라우저 탭만 사용 가능하다는 창이 뜬다. 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다. 다수의 창에서 하나의 ID로 수강신청을 진행하면 서버 과부하로 시스템에 무리를 주게 된다.

  다중 탭이 익숙했던 학생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그간 수강신청 중 학생들은 한 과목을 신청하고 재빨리 다른 과목을 신청하기 위해 다중 탭을 써왔다. 개편된 시스템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진행한 522일 모의수강신청 당시, 피드백을 남긴 133명의 학생 중 46%가 다중 탭 금지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김찬비(미디어19)씨는 다중 탭으로 해도 항상 대기자가 엄청난데, 한 탭만으로 수강신청을 하려니까 막막하다고 말했다.

  디지털정보처는 다중 탭 금지가 오히려 쾌적한 수강신청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 설명했다. 하나의 접속만을 유효한 접속으로 보고, 전산 처리가 이뤄진다면 정체 없이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어진 씨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취합해 관련 부서와 총학생회 비대위와 세부 사항에 대해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 밝혔다.

 

| 남민서 기자 faith@

인포그래픽| 윤지수 기자 ch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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