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 지속적 확산에 여행 업계는 냉혹한 불황을 겪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4월 국내 출국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8%이상 줄어들어 약 3만 명에 그쳤다. 중소규모의 관광기업인 승우여행사 이원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2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3개월 간 실제 예약이 0건이었다여행 문의 전화조차 한 통도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료한 일상 속 떠나고 싶은 욕구는 여전하다. 여행업계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속 방책을 내놨다.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체험 위주의 여행상품을 제공하는 일명 랜선투어. 실제 여행에서 경험하는 감각과 감정을 전부 충족시키기는 어렵지만, 랜선투어는 하늘 길 막힌 요즘에도 전 세계 어디로든 여행객을 이끈다.

  현재 여행업계가 제공하는 랜선투어의 화두는 단연 '실시간 서비스'다. 여행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4월 중순부터 화상회의 플랫폼인 'Zoom'을 활용해 실시간 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지의 모습을 담은 시각자료를 통해 가이드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 한으뜸 사업팀장은 "현재까지는 사전 촬영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며 "여행지 영상수급에 대한 고민이 커서, 지금은 현지 가이드와의 이원중계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 체험도 온라인으로 옮겼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여행 체험 서비스를 고안했다. 영국에서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이용해 '한국 음식 만들기 수업'을 제공하는 호스트 장완정(여· 61)씨는 "스크린을 앞에 두고 게스트들과 '함께'하는 액티비티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며  "요리에 관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장완정 씨가 온라인을 통해 한식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장완정 씨가 온라인을 통해 한식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댄스 수업을 진행하는 팬시스튜디오가 에어비앤비에 런칭한 'K-POP 댄스교실' 역시 인기 있는 랜선체험 콘텐츠 중 하나다. 차르비 샤르마(Charvi Sharma)는 댄스 클래스 2년차다. 작년 서울을 방문했을 땐 대면으로, 지금은 미국에서 실시간 온라인 교실에 참여한다. 샤르마는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목적은 현지인을 만나 상호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도 케이팝 문화로 한국 현지인과 연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팬시스튜디오의 'xxinee' 댄서가 실시간으로 kpop 댄스를 가르치고 있다
팬시스튜디오의 'xxinee' 댄서가 실시간으로 kpop 댄스를 가르치고 있다

  VR기술로 현장감 높여

  오프라인 여행을 온라인 환경에 담아내는 것은 여행업계에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전문 PD를 붙여 영상의 연출력과 영상미를 높이고,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투어 체험자들의 흥미를 이끌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렇지만 실제 여행지가 주는 '현장성' 측면에선 이용자의 오감을 충분히 자극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여행업계는 부족한 현장감을 가상현실(VR) 등의 최신기술을 접목해 보충하려 시도 중이다.

  가상현실 구현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몰입감이다. 김학진(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제와 유사한 수준의 심리적 경험을 유발하기 위해선 이용자가 가상 상황에 몰입해 감정반응이 유발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VR투어를 제작하는 플랫폼 역시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나무팩토리윤경진 대표는 평면적인 사진을 기반으로 구성된 기존 VR투어에서 삼차원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사용자가 더욱 현실감 있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투어이즈이정훈 대표 역시 실제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바람과 같은 효과를 여러 장치를 통해 구현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행 보완하며 성장 가능해

  국내외 여행에 제약이 있는 현 상황에서, 랜선여행의 등장은 주목할 변화다. 하지만, 오프라인 여행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프라인 여행이 주는 우연적인 상황, 그로부터 얻는 경험이 온라인에선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지선(한양대·관광학) 강사는 "관광은 준비부터 여행 후의 감정까지 모든 과정을 총칭한다"며 '실제' 여행과 달리 랜선투어는 정해진 서비스에 한정된 분절된 경험을 하는 것이라 말했다. , 실제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우연한 상황과 만남을 여행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랜선투어에서는 불확실성을 직면하며 오는 여행자의 성장이 구현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지선 강사는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는 랜선투어는 오프라인 여행의 보충일 뿐 완전한 복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여행의 대체가 아닌 보완의 관점에서 랜선투어를 바라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훈(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랜선투어는 오프라인 여행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행 기획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전답사 콘텐츠를 제공하는 ‘JEJU TOVR’는 여행산업 전반과 상생할 수 있는 VR 영상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JEJU TOVR 윤보한 대표는 기존 오프라인 여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여행을 돕는 기술기반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VR 콘텐츠를 통해 현실 여행에서 받는 감동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등 신체적, 경제적 이유로 오프라인 여행에서 소외됐던 계층에게 여행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랜선투어의 미래에 기대가 모인다. 마이리얼트립 한으뜸 사업팀장은 단순히 여행의 사전 준비 과정에서 정보 수집을 하는 보완적 기능을 넘어 베리어프리 상품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관광 소비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승은·이현주 기자 press@

사진 양태은·이윤 기자 press@

사진제공장완정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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