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방학을 보내도 개강일은 찾아 온다. 개강을 하기 위해선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수강신청은 어렵다. 매번 네이비즘 장단에 맞춰 무수한 경쟁자들과 클릭 전쟁을 벌여야 했다. 빵빵한 에어컨이 돌아가는 PC방에서도 나는 땀을 흘렸다. 겨우 건진 너덜너덜한 시간표로 수강신청을 마무리하면, 그새 다음 학기로 걱정이 옮겨 탄다.

  이번 학기는 수강신청 시스템도 개편 됐다 해서 살짝 기대했다. 혹시 ‘올클’하나. 하지만 올-클리어된 건 내 시간표가 아니라 PC방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정부는 수도권 PC방을 올-클로즈 시켰다. 이번엔 땀을 식혀줄 에어컨도 없었다. 미덥지 않은 노트북을 붙잡고 와이파이 흐릿한 방구석에서 수강신청을 했다. 방구석에 애매하게 박힌 내 모양처럼, 애매한 시간표가 만들어졌다.

  가히 전 학년 학우들의 랜선 배틀이라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총성 없는 전쟁. 준비 없는 전쟁은 필패다. 미리 인터넷 속도를 점검하고, 성능 좋은 와이파이를 들여놔야 했다. 미리 다부지게 클릭 연습을 해서, 정확하게 막힘없이 신청 버튼을 눌러야 했다. 애초에 신청자가 많은 수업은 노리는 게 아니었다. 후회는 쌓이고, 쌓였다. 물론 후회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두 자리 감염자 수. 100명, 200명,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명확하진 않다. 다만, 모두가 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 는 사이 마스크는 점점 내려가고, 뉴스는 시끄럽고, 피서는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예전처럼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사람 마음 하나둘 고친다고 해서 확진자 수가 갑자기 줄어들 리 없다. 후회가 축적된 만큼, 경각심도 두꺼워져야 하늘이 감동해 그나마 들어줄지 모른다. 방심은 금물이다. 망해버린 시간표, 구멍 뚫린 코로나 방역, 절실한 마음으로 정정에 임해본다.

이현주기자 ju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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