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구-’. 도심 속에서 가장 자주 목격하는 동물, 집비둘기. 사람을 마주쳐도 피하기는커녕 당당히 걸어 다니는 모습에 오히려 당황하는 쪽은 인간이다. 푸드덕거리며 먼지를 날리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모습으로 비둘기에 대한 혐오감은 나날이 커졌다.

  실제로, 집비둘기 개체 수는 과거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도심 속 집비둘기 개체 수 추정치는 전국 약 8만 마리다. 이는 201568000마리가 도심에 서식했던 것을 고려하면 5년 사이 20% 정도 증가한 수치다. 개체 수 증가에 따라 민원 역시 매년 약 3000건씩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잡히지 않는 집비둘기 개체 수, 증가하는 피해로 인해 도심 속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도심 건물 지붕에 집비둘기 무리가 앉아있다. 배설물로 인해 지붕이 오염된 모습이다.
도심 건물 지붕에 집비둘기 무리가 앉아있다. 배설물로 인해 지붕이 오염된 모습이다.

 

배설물 피해가 중심

  비둘기와 관련된 민원은 대부분 위생 측면이다. 땀샘이 없어 피부가 건조한 조류들은 비듬이 잘 생긴다. 이는 깃털의 병원체와 함께 인간의 호흡기에 들어와 영향을 미친다. 비둘기의 배설물 또한 병균을 옮기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조류는 날아가면서 배설물을 분산한다. 이것이 사람의 피부에 묻거나 음식물에 떨어지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체내로 들어올 수 있다.

  비둘기가 배설물로 옮기는 병원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살모넬라균이다. 살모넬라균은 그 자체로 식중독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먹어도 내성 유전자로 인해 약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유한상(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살모넬라균 자체를 해결할 방법은 아직 없다비둘기 개체 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히스토플라스마증(Histoplasmosis)과 크립토코커스증(Cryptococcosis) 또한 조류의 배설물로 인해 인간에게 발병할 수 있는 폐 관련 질환이다. 조류 배설물의 곰팡이 균이 폐 안으로 들어와 감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면역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병에 걸릴 수 있다.

  집비둘기의 배설물은 문화재 부식을 초래하기도 한다. 암모니아(염기성) 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아 배설물에 산성 성분이 높은 게 원인이 된다.

먹이 줄여서 개체 수 조절해야

  ‘비둘기가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크지만 사실상 모든 조류의 생물학적 위생 상태는 비슷하다. 비둘기가 도심 속에 자주 출현하다 보니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것이다. 연성찬(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집비둘기가 다른 조류에 비해 더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고는 없다조류에서도 감염 가능한 질병 및 인수공통전염병은 종마다 다양하지만 집비둘기로 인해 공중보건에 심각한 우려를 끼치는 질병이 발생한다는 보고 역시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집비둘기의 위생 문제와 꾸준한 민원으로 인해 정부에선 개체 수 조절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부가 관련 지침을 만들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개체 수 조절에 직접 관여하는 형태다. 각 지자체에서는 집비둘기를 잡기보다는 먹이를 주지 않도록 홍보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트랩 등을 이용해 포획하기보다 먹이를 주지 않는 인도적인 방법으로 도시에서 떠나게 하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민간 비둘기 퇴치업체 또한 집비둘기로 인한 피해 해결에 동참한다. 일반 가정부터 시작해 공원, 시장, 역 주변의 피해까지 관리한다. 퇴치업체 역시 포획보다는 집비둘기가 집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배설물 관리 등의 업무를 주력으로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도구는 버드 스파이크, 비둘기가 아파트 난간 등에 앉지 못하도록 하는 뾰족한 조형물이다.

  일반인 역시 먹이를 주지 않음으로써 개체수 감소에 동참할 수 있다. 음식물을 직접 주지 않고, 주변 청결을 유지해 비둘기가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배를 채우는 것을 막아야한다. 유한상 교수는 먹을거리가 없다면 집비둘기 간 먹이 경쟁력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개체 수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도심 속 집비둘기는 인간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개체 수 관리는 필요하나 그 방법에 있어서는 무차별적인 포획보다 먹이 줄이기 등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학자, 민간업체의 공통된 입장이다. 연성찬 교수는 지자체의 관리와 시민들의 협조로 관리 가능한 개체 수가 되면 아름다운 공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승은·이현주기자 press@

사진제공버드 스나이퍼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