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빈(·21) 씨는 길에서 만나 친해진 길고양이에게 밥을 줬다. 그 이후 길을 지나갈 때마다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었지만 돌아오는 건 이웃 주민의 따가운 시선 뿐.

  민수빈 씨의 사례와 같이 도심 속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은 빈번하다. 사람들의 관심과 눈총 속에서 길고양이들은 도시환경에 적응해가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나뭇가지 뒤에 숨어있는 길고양이. 도심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이다.
나뭇가지 뒤에 숨어있는 길고양이. 도심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이다.

 

  길고양이는 사람의 관심을 받는 동물이다. 밥을 챙겨주며 보살피는 일명 캣맘·캣대디(Cat Mom·Cat Daddy)도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의 존재를 두고 인간의 갈등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주된 갈등 지점이다. 201811, 30대 남성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60대 여성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피해자와 수개월 전부터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길고양이 돌봄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그들로 인해 주거 환경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면서 미관과 위생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반면, 돌봄을 이어가는 측에선 동물보호 차원에서 길고양이 보호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대립과는 별개로, 생물종의 생존 측면에서 캣맘·캣대디의 존재가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간에 견해 차이가 있다. 먹이를 주다보면 길고양이의 야생성이 사라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유한상(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먹이를 꾸준히 주면 길고양이의 야생성이 사라질 수 있다외국에선 동물의 습성을 유지하기 위해 먹이를 주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체 수가 계속 증가함에도, 길고양이를 막을 상위포식자는 없어 도시생태계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을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도 있다. 현실적으로 야생성을 잃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으면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고 본다. 조윤주(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는 먹이주기의 성행은 세계적인 추세며, 야생성을 논의할 단계를 이미 지나버렸다오히려 먹이를 주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TNR 통해 개체 수 감소에 주력

  늘어난 길고양이 개체 수로 인간과의 공생에 균열이 생기자, 개체 수를 조정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TNR(Trap Neuter-Return)이다. TNR은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으로,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부수적인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TNR은 발정기에 심해지는 소변 냄새를 없애고 번식을 위한 싸움을 막는다. 번식싸움으로 인한 소음과 상처로 질병이 전파되는 문제까지 예방할 수 있다.

  암컷 길고양이는 TNR을 통해 생육환경이 좋아지기도 한다. 조윤주 교수는 암컷 고양이들은 보통 1년에 2번 정도 임신하는데, 한 번 새끼를 낳고 나면 정상체중에서 1kg는 빠진다중성화 수술은 번식과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단순히 개체 수가 조절되는 것뿐만 아니라 길고양이 개체 자체의 건강도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TNR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치구 관할 하에서 동물병원과 계약을 맺어 진행되는 것이다. 구청에 직접 신청하거나 동물보호단체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TNR을 시행한다. 두 번째는 캣맘·캣대디의 요청과 동물보호단체의 주도로 진행되는 TNR이다. 캣맘·캣대디가 길고양이를 포획해 병원에 데리고 가면 단체가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집중적 TNR이다. 재개발 지역이나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많은 지역의 캣맘·캣대디의 도움으로 하루에 수십 마리를 중성화 시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목표지역을 선정해 진행하는 TNR방식이다.

  조윤주 교수는 특정 지역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TNR이 가장 효과적이라 말한다. 조 교수는 “100마리가 있는 지역에서 20마리만 중성화 시킨다면 시간이 흘러 개체 수는 다시 채워진다개체수가 줄여야할 목적이 있는 지역에 집중해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의 관리는 일정 부분 캣맘·캣대디에게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포획 및 관리를 정부가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캣맘·캣대디를 자처한다면 먹이를 준 길고양이는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조윤주 교수는 길고양이는 엄연히 우리 공동체가 지켜야 할 존재라고 밝혔다. “주도적으로 TNR 정책에 협조하거나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은·이현주기자 press@

사진 | 양태은기자 aurore@

인포그래픽 | 윤지수기자 ch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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