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흘러가는 대학생의 한 학기는 속절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다. 2학기는 시작되었고, 머지않아 연말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 2020년도 수명의 절반을 다하였고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한 해의 다짐들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의 뜀박질을 위한 정비를 할 시기인 이때, 해의 벽두부터 시작된 더부룩한 체기는 왜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까.

  연초의 생기를 미처 만끽하기도 전에 코로나라는 거인은 다가와 우리 대학사회를 흔들어 놓았다. 현 사회를 뉴노멀(New Normal)이라 칭하며 시국을 반추할 수 있는 것도 지금에서야 부릴 수 있는 여유일 뿐, 이삼 월의 우리는 당장 불을 끄기에 급급했다. 허나, 우리가 새로운 강의방식에 적응하고 교외의 사회적 약자들이 코로나로 인해 겪는 아픔에 주목할 동안 우리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씹지 않고 넘기고 있었다. 바로 신입생. 합격의 영광을 쥐고 부푼 마음으로 대학사회의 문을 두드리던 신입생들이다.

  이 글을 쓰기 전, 동아리에서 만난 20학번 후배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의 말을 빌리면, 과 동기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모르는 지금, 그렇다 할 선후배 관계는 상상조차 어렵다고 한다. 그나마 뻔선과의 밥 한 끼가 전부란다. 우리에게는 당연했던, 매일 12시 후문에서 상기된 얼굴로 선배를 기다리던 밥약 문화도, 고연전 뒤풀이 교우회 주점에서의 인심과 온정의 기억도 그들에게는 당연치 않았다.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으로 하나 되는 고대의 문화를 전수받고, 거기에 발을 담글 기회가 그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쉬이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방치된 채 시기를 놓치면 그들은 우리의 초점에서 멀어져 그저 운이 없었던 학번으로만 기억될 수도 있다. 또 언젠가 그들도 선배가 되어 그 아름다운 문화를 물려줄 때가 올 때, 빈 병으로 빈 잔을 채우려 하듯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들은 여전히 그 문밖에 우두커니 서 있다. 비록 삼월의 그 찬란함은 다소 바랬지만 여전히 언젠가 자신들을 향한 문이 활짝 열릴 것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스스로 문턱을 넘어올 것만을 기다리지 말고, 상황이 허락하는 만큼 한 뼘씩이라도 닫혔던 문을 열자. 아직 텅 비어있는 그들의 잔에 사랑으로 빚은 끈끈한 막걸리를 세례처럼 따라주자. 고대답게.

 

이원호(정경대 행정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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