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 영화 007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한결같은 취향이다. 젓지 않고 흔드는 게 무슨 차이냐 싶지만, 미묘한 차이라도 있으니 그렇게 달라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하물며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술맛인데, 누구와 언제, 어디서 술을 마시는지에 따라서는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마련이다.

 

  ○…시원한 가을밤, 탁 트인 광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기울이는 술은 달콤하다. 그러니 밤 9시 이후 술을 들고 슬금슬금 중광과 민광으로 모여드는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솔직히 인정하건대, 그 광경을 목격한 후 당장에라도 가까운 편의점에 달려가 맥주를 사서 중맥하려는 욕구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다만 군중 속 혼맥은 하기 싫어 애써 억눌러야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슬쩍 비켜 간 중맥은 이후에 어떻게 기억될까. 친구들과 끓어오르는 낭만을 주체하지 못한 가을밤의 추억일까. 주류(酒類)문화의 새로운 주류(主流)가 되는 걸까. “맥주 한 잔, 술집 말고 민광에서라는 말이 생기는 걸까. 아니면 그저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지 못한 과도한 음주욕의 분출일까.

 

조민호 취재부장 do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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