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염'은 29일까지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당연했던 일상이 점차 사라지고 사람들은 공포 속에서 타인과 대면하고 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을 불안해하며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감염을 피하고자 타인과 거리두기를, 또 스스로 격리를 자처한다.

  이러한 재난의 상황속에서 전염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자는 목적으로 전시회가 개최됐다. KU 개척마을 운영지원팀이 주최하고 학생운영위원회 아카디오 팀이 주관한 첫 번째 온라인 전시, ‘전염: 전하고 물듦이다.

  해당 전시는 전염병이 일상을 덮친 재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전염은 사전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병이 남에게서 옮는다는 의미와 다른 사람의 습관이나 기분에 영향을 받아 물든다는 의미. 마스크로 코와 입을 막은 채 거듭 손을 씻어내는 일상이 당연시됐지만, 그럼에도 타인과 맺은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전염의 의미를 발견해내려 했다. 전시는 디지털 콜라주 기법과 영상, 설치 작품 등으로 구성됐으며, 전염의 형태에 대한 개인의 독창적 해석과 경험에 바탕을 둔다. ‘전염29일까지 파이빌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공된 링크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1)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作

1) 이동시-근본 원인 해결 없인 절멸

  창작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절멸이라는 주제로 코로나19 발생 원인과 밀접히 얽혀있는 동물의 관점에서 발언하는 작가들의 시국선언을 작품에 담았다. 이동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것만이 아닌,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간이 자연과 동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인간 우월주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동물들의 시국선언은 최근 확산되는 코로나19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참여 작가마다 각자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위치에서 선언문을 낭독한 후 촬영 사진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동물 선언문 전문과 일러스트는 이동시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이채연 作

2) 이채연-“1m 간격을 유지하시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투표소 근처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1m 간격 유지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해당 사진을 촬영한 이채연 작가는 투표가 종료되기 1시간 전 엄마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한산해진 투표소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일부러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시간대 아이와 함께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엄마 손을 꼭 잡고 투표소 계단을 올라가는 아이의 모습이 당시 상황을 잘 대변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3) 이아원 作

3) 이아원-코로나19 최전방에선

  재난 상황 속 병원 현장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있다. 중앙보훈병원 간호사 이아원 작가의 사진이다. 코로나19와 대치하고 있는 병원 현장과 의료진의 모습을 간호사의 시선에서 담고자 했다. 이아원 작가는 가족이나 지인이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는 한, 일반인이 병원 내 변화와 의료인들의 노고를 알기는 쉽지 않다제 작품을 통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 현장을 보여주며 현실을 인식하게 하고, 서로 소통하는 계기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동의를 받고 촬영을 진행해야 했던 터라,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의 협조 덕에 순조롭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었다. 사복을 입고 촬영하러 선별 진료실을 출입하다 보니 일부직 원이 그녀를 환자로 오해해 문진실로 데려가려 했던 것. 이후 초상권 동의서를 받으려 다시 병원에 갔을 땐 휴무지만 일부러 근무복을 입고 돌아다녔다. 이아원 작가는 영리적인 목적을 위해 촬영된 사진들이 아닌 만큼, 제 작품을 통해 변화된 현재 의료계 모습과 사회 모습을 고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 권준서 作

4) 권준서-당연해진 마스크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과 평범한 저녁거리의 모습은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지만, 과거와 다른 건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권준서 작가의 작품에는 마스크 쓴 사람들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는 마스크 쓴 사람을 중점적으로 찍지 않으려 했다이제 완전히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마스크의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평온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5) 아카디오 팀 作

5) 아카디오 팀-‘(Dyed andTied)’

  각각 다른 농도로 염색된 천들이 거리를 두고 건물 난간에 묶여있다. 저마다 색의 농도와 채도, 명도가 다 다르지만 멀리서 본다면 모두 푸른빛의 계통으로 잘 어울려 보인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맞닿아 있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같은 빛깔로 물든 우리의 모습을 표현했다. 궁극적으로 전염이라는 전시의 주제에 맞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 닮아가고 물듦을 시각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작품을 설치한 아카디오 팀은 직접 천과 염료를 고르고, 천을 물들이는 과정에서 다소 모호했던 전염이라는 개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정현기자 li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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