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은 비대면으로

잔소리 피할 수 있어 장점도

홍성현(공과대 신소재13) 씨가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연출된 사진입니다.
홍성현(공과대 신소재13) 씨가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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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진(공과대 건축19) 씨는 조부모의 건강이 걱정돼 이번 추석 연휴에는 찾아뵙지 않기로 했다. 그는 시골은 비교적 안전한 것 같은데 괜히 방문했다가 코로나를 퍼뜨리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가 추석을 보내는 풍경마저 바꿔놓을 전망이다. 올해에는 가족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자취방에서 보내겠다는 학생도, 큰집에 내려가지 않고 가족끼리 보내겠다는 학생도 있다. 뉴노멀(New Normal)한 추석을 보낼 계획을 세운 본교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진호(경상대 경영16) 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자취방에서 보내기로 했다. 연휴 기간 자취방에 콕 박혀 공부를 하겠단 계획을 세웠지만, 벌써부터 가족이 그립다. “집밥이 먹고 싶어요.” 오유진(생명대 식자경17) 씨가 말했다. 수험생활을 했던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 홀로 명절이다. “작년엔 수험생 생활을 하느라 특별히 연휴라는 인식 없이 보냈는데, 올해는 할 일도 많지 않은데 혼자 보내려니 허전해요.”

  강의도 비대면으로 듣는데 가족 모임도 비대면으로 가야할 상황이다. 최근호(사범대 영교19) 씨는 처음으로 명절날 집에 내려가지 않는다외롭지만 자취방에서 가족들,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며 추석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 설엔 무조건 본가로, 코로나 이전의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고심 끝에 집콕을 결심했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웠다. 연휴 기간만큼 공부하기에 좋을 때가 없다. 김현겸(대학원·사학과) 씨는 논문 심사가 10월이라 매우 바빴고, 마침 코로나19로 귀향을 권장하지 않는 상황이라 자취방에 남아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희나(문과대 불문14) 씨 역시 연휴를 이용해 밀린 강의를 몰아들을 계획이다. 혼자서 명절 분위기를 내려고도 한다. 오유진 씨는 명절 음식을 못 먹는 건 아쉬워서 자취방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 감염병으로 인한 집콕명절이지만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다. 명절마다 집에 내려가기 위해 수강신청하듯 벌인 기차표 티켓팅에선 해방이다. 온 가족이 명절증후군에 걸릴 일도 사라졌다. 신범근(생명대 환경생태16) 씨는 부모님이 귀성길 차량 행렬 속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거나 제사음식을 만들면서 받을 스트레스가 없어졌다가족끼리만 단란하게 보내는 연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때로는 코로나가 훌륭한 핑계가 되기도 한다. 명절마다 마주해야 했던 부담스러운 질문 공세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다. 윤희나 씨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명절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에겐 이번 추석이 더욱 낯설 예정이다. 추석 기간 본가에 방문하기도 했지만, 한번 가려면 자가격리는 기본 4주다. 콩고 출신인 식품자원경제학과 A씨는 코로나 때문에 오고 가는 동안 4주 정도는 격리돼 있어야 한다고향에 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개중에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외국인 학생들도 있다. 양가원(杨佳雯,한국어문화교육센터)은 친구들과 함께할 타국의 명절이 특별하다. "해외에서 명절을 맞는 건 처음인데, 나름대로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이승빈 기자 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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