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기준에 경각심 부족

배신감에 비난 강도 높아져

개정된 지침으로 ‘자정’ 이뤄져야

  ‘XX님까지 그러실 줄 몰랐는데, 실망이네요.’ 지난 8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가 올린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영상이 기업에서 돈을 받고 진행한 광고임이 밝혀지면서 일명 뒷광고논란이 점화됐다. ‘뒷광고란 광고 및 협찬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제품 추천, 보증행위를 지칭한다. 한 씨 외에도 양팡, 엠브로 등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대형 유튜버들이 뒷광고 논란에 휘말렸다.

  뒷광고는 광고와 콘텐츠가 결합해 무의식적인 광고효과를 내는 브랜디드 콘텐츠와 광고대상이 광고임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스텔스 마케팅이 결합한 사례다. 브랜디드 콘텐츠인 점에서 TV 프로그램 내 PPL(제품 간접광고)과 유사하다. 하지만, PPL의 경우 방송법에 따라 방송 전후에 간접광고 여부를 고지해야 한다. 뒷광고는 그것이 광고임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표기기준 모호하고 절차도 문제

  뒷광고 논란에 대해 유튜버들은 당시 유튜브 내 광고 표기 방식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9월부터 시행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에선 광고 표시 위치, 방식 등이 명시됐지만, 그전까지는 안내가 부족했다는 거다. 인플루언서 광고대행사 대표이사 A씨는 공정위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전에는 광고임을 명시할 것만 요구했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넣어야 한다는 가이드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소속사 격인 MCN에 속한 유튜버의 경우, 광고 내용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MCN 소속 유튜버들은 광고주나 광고대행사에 광고 내용을 직접 전달받기보다는 MCN을 통해 받는 경우가 많다. 광고 하나를 집행하면서도 광고주광고대행사-MCN-유튜버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한 광고를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광고대행사가 여러 MCN에 광고를 가지치기하는 경우도 있다. 역으로 유튜버가 내가 잘 살릴 수 있다며 광고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같은 과정들로 인해 광고 의도가 변형되고, 변수가 많아 광고표기에 더 소홀해진 것 같다고 유튜버들은 설명했다.

  134만 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정선호 씨는 이전까지는 뒷광고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티가 안 나도록 그냥 좋아 보이게’, ‘맛있게만 먹으면 된다는 식의 요구를 하긴 했다해당 광고표기 가이드라인에 대해 무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소비자라 생각해 뿔났다

  규정의 미비, 혹은 무지로 인한 실수였지만, 구독자들은 이들을 향해 강도 높은 도덕적 비난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네티즌의 날 선 반응엔 배신감의 감정이 개입돼있다고 설명했다. 황장선(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유튜버에 대해서는 나와 같은 일반인, 또는 소비자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고 기업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 추구가 당연한 기업에 비해, 유튜버의 기만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은 원래 이윤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있어 뒷광고를 제안한 기업에 대한 질책은 크지 않다네티즌을 속이고 기만한 건 결국 유튜버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유튜버들에겐 이 상황은 낯설 따름이다. 구독자 10만여 명을 보유한 소사장소피아채널 운영자 박혜정 씨는 이 문제를 도덕성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악의적인 뒷광고를 한 유튜버도 있지만, 그저 PPL을 했음에도 비난받는 이들도 있다과거 유튜버 환경 내에 광고표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생긴 혼란이기에, 모두 유튜버의 그릇된 도덕성 때문이라고 매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광고주·유튜버 모두 책임 느껴야

  한편, 91일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이 본격 시행되며 유튜브 내 광고 기준이 보다 명확하게 확립될 거라 업계 종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유튜브 등 SNS에서 광고·협찬 영상을 올리는 경우, 영상 제목의 앞부분에 광고 여부를 표시해야 한다. 또한, 영상의 시작과 끝 지점에 광고’, ‘협찬이라는 표현을 명시해야 한다. 해당 지침을 위반한 자는 상위법인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3조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행한 것이 된다. 이때 광고주에겐 5억 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결국 광고를 통해 이익을 얻는 광고주의 책임성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A씨는 이전에는 기업에서 티가 나지 않게 진행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공정위 가이드라인으로 요구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부당광고를 한 유튜버, 그리고 유튜브 플랫폼 자체에 대한 처벌은 명시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부당광고에 대한 처벌은 광고주에 한정된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에도 뒷광고를 한 화장품 업체 등 7개 기업에 과징금 26000만 원을 부과했지만, 당시 11억 원어치 금품을 받은 인플루언서에 대한 제재는 가하지 않았다.

  이은희 교수는 유튜버에게 일정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을 지침에 포함하거나, 유튜브 자체에서 광고지침을 어긴 유튜버의 활동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방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유튜브 자체에 제재를 가하는 건 미디어 규제에 관련한 민감한 사안이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광고표기 위반에 대해 앞으로 이뤄질 처벌이 엄격하게 이뤄지지 못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황장선 교수는 디지털 매체의 광고에 대한 제재는 법 규정이 엄격하더라도 모든 콘텐츠를 모니터링할 인력이 부족해 실질적인 처벌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광고업계는 지침 개정이 시장 내 자정 작용으로 이어질 거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고대행사 브랜드컨설팅팀 팀장 B씨는 실제 미국, 유럽 등 인플루언서 시장을 보더라도 광고 이슈 이후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법적 제도가 뒷받침되면 시장 내에 자연스러운 자정 현상이 생길 것이라 말했다. 또한, 진정성이라는 키워드가 앞으로는 더욱 중시될 것이라 내다봤다.

  유튜버들에게도 해당 지침은 실수를 만회하고, 구독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다. 박혜정 씨는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앞으로는 유튜버들의 실수도 줄어들고, 구독자의 알 권리도 보장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민서 기자 faith@

인포그래픽임승하 기자 forest@

일러스트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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