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균  본교 교수· 환경생태공학부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남한면적의 34배에 달하는 산림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불의 대형화가 전지구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20199월부터 20202월까지 6개월간 19(남한면적의 1.9)를 태운 대형산불이 호주에서 발생했다. 이외에도 20198월부터 7(남한의 0.7)를 태우고 있는 아마존 산불, 9월부터 14,568 (서울의 24)를 태우고 있는 캘리포니아 산불 등의 특징은 그 대형화와 장기화에 있다.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에 의한 기온상승과 극심한 가뭄을 이러한 전지구적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불과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발생 원인과 대형화의 두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불은 대부분이 사람에 의한 것인데 비해, 미국서부지역, 호주 등의 건조지역에서는 나무 간의 마찰, 번개 등에 의한 자연발화도 빈번하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장기가뭄으로 이러한 자연발화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대형화는 산불의 연료가 많아지고 넓게 분포하는 것과도 관계가 깊다. 극심한 고온과 장기가뭄 등의 이상기후가 광역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로 인한 건조한 연료는 넓은 면적에 분포하게 되고 이는 산불의 대형화를 초래하는 이유가 된다. 기후변화에 의한 식생 파괴와 나무의 고사 또한 산불의 연료를 대규모로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상기후로 인한 기상의 변화무쌍함은 산불진화를 어렵게 한다.

  산불은 재난이다. 최근,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그 위험을 줄이는 소위 재난위험경감(DRR: Disaster Risk Reduction)’ 경로(pathway)에 대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위험(risk)은 취약성(vulnerability)이 높은 상태에서 위해(hazard)에 노출(exposure)될 때 일어날 수 있다. 여기서 기후 민감성(sensitivity)이 높은데 적응 역량(adaptive capacity)이 낮을 때 취약성은 더 높게 된다. 민감성은 주로 환경적 요인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에 비해 적응역량은 기술, 예산, 조직, 제도, 정책 등으로 조절 가능한 요인이다. 결국, 조절 가능한 적응역량을 높여 취약성을 낮추는 것이 산불재난을 줄이는 경로인 것이다.

  산불대응 적응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기반시설 및 기술이 필요하다. 산불발생 위험예측 및 조기경보, 진화 등에 대한 기반시설 및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위성과 지상센서를 이용한 환경 및 기상정보를 융합활용하여 산림의 건조도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산불위험지 예측과 조기경보가 가능하고, 확산예측을 통한 효과적 방재도 가능하다. 필자와 미국 채프만대학 김승희 교수연구팀은 이러한 기술적 측면의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지만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한 국가 내에선 이러한 기술이 활용가능 하도록 예산, 이행체계 등을 담은 제도 및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는 각 국가의 적응역량 차이를 줄여 기후변화로 인한 전지구적 재난을 공동으로 대응해 가는 국제적 경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은 전지구적 차원으로 발생한다는 면에서, 위기로 보아야 한다. 지구적 경계(planetary boundary)면에서 보면, ‘기후변화부문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회복탄력성을 넘은 상태이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구차원의 회복탄력성은 이미 무너진 위기상황인 셈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의 대형화는 이의 징조라는 과학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기술이나 정책을 고집한다면, 대형산불과 같은 기후위기를 극복할 적응역량은 마련되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기후위기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구적 차원의 제반문제라고 본다면, 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대전환만이 기술 및 질서측면의 적응역량을 키우는 경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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