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 사람들이 난생 겪어보지 못했던 전염병에 위기를 맞았고, 코로나19는 당최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다. 나에게도 이례적으로 이번 사태는 피부로까지 스며들었다.

  우선 안암동의 상권이 무너지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음을 목격했다. 물론 이때까지의 안암을 생각하면 상권 교체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으나, 이제껏 근근이 버텨오던 점포들의 몰락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자주 가던 단골집 사장님이 임대료를 내고 나면 빚만 한 덩이 남는다며 눈물지으시는 모습은 나에게 처음 보는 세상의 그림자였다. 고향에서 장사하시는 부모님이 불현듯 떠올라 전화로 안부를 여쭈니 애써 괜찮다고 하신다. 작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등록금, 대학생 신분인 나는 적게나마 돈을 벌어 보탬이 돼보려고 했지만 어려운 시국에 아르바이트를 잘린 친구들과 기울인 술에 용돈도 욕심도 털어버렸다.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어둡게 드리워졌고,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양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5월 방역체계의 전환과 함께 전 국민에게 지급된 제1차 재난지원금은 내수 시장의 소비위축을 완화함으로써 어느 정도 그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제2차 재난지원금의 목적과 수혜자는 다르다. 이들은 행정상 이유로 영업을 중단했거나 매출이 심하게 감소한,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이다. 이들을 비롯해 구직자, 청소년 등 선별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지급의 기준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개개인의 경제적 수준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가장 객관적인 수치에 따른 지급을 택한다고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고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하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번 재난지원금은 기존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기존의 목적처럼 피해복구를 위해 지급된다. 하지만 쪼개어 주어지는 규모로 보나 예측 효과로 보나 근본적인 해결방법보다는 마치 포도당 링거처럼 잠깐의 아픔과 피로를 멎게 해주는 장치가 될 것이다.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마찬가지로 전례없는 상황이긴 하다. 내일 임상시험의 거대한 진보가 있을지, 집단감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확실히 느끼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가 긴급재난에 대한 새로운 경제 매뉴얼의 필요성이다. 자연재해 등에 대한 대처 방법은 늘 어디선가 구상해왔고, 타국의 선례도 많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는 사상 초유의 규모와 성격의 재난에 그 타격이 컸고, 대처방안 역시 시행착오를 겪고있다. 전형적인 매뉴얼의 부재에 따른 결과들이다. 사태가 진정될 때를 기다리지 말고 즉각적인 분석을 통해 재난에 따른 경제 위기 대처 매뉴얼의 체계를 잡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경신 대기근은 100만이 넘는 백성의 목숨을 앗은 참혹한 재난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대동법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조선경제정책의 큰 전환점이었다. 이 순간을 견디는 우리에게 지금이 헛되지 않으려면, 전환점이 돼야만 한다.

이우주(문과대 노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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