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별점: ★★★★☆

한 줄 평: 추락하는 영혼에 게 바치는 따뜻하고 강인한 순수함.

 

  초유의 팬데믹으로 우리의 발이 묶여 밑으로 추락하고 있다. 무기력함과 우울함에 지쳐가면서도 집 밖으로 섣불리 발을 내디딜 수 없는 사람들의 내면에 기분 좋은 환기가 절실하다. 영화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좋은 작품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의 제목(The Fall)처럼 추락한사람들을 위한 서사시를 펼치는 환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작품,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다.

  1920년 할리우드의 한 병원, 로이는 영화 촬영 중에 입은 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전문 스턴트맨이며 알렉산드리아는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 떨어져 입원한 작은 소녀다. 로이는 마음마저 밑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점에서 알렉산드리아와 더욱 비교되는 인물이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의 순수함을 이용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여러 명의 영웅이 등장하는 서사시를 들려주고, 그 순간부터 이 영화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로이의 서사시가 영화적으로 시각화되면서 모든 장면은 환상적인 그림이 된다. 그 도화지의 배경이 되는 초현실적인 장소들이 모두 특수효과 없이 18개국 26개의 로케이션을 돌며 직접 촬영한 것이라는 점이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다. 이 액자식 구성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면, 영화를 보는 우리는 알렉산드리아가 상상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서사시의 등장인물들을 자신의 주변 인물들의 모습으로 상상하는데, 영화를 관람하며 그 얼굴들을 찾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며칠에 걸쳐 로이가 들려주는 서사시는 후반부에 이르러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의 이야기로 발전, 확장되어간다. 로이는 극도의 우울감에 시달리기에 자신의 이야기에 해피엔딩은 없다며 울먹이지만, 알렉산드리아는 그 이야기를 행복하게 마무리한다. 끝까지 내몰렸던 로이는 이용하려던 어린아이의 순수함 덕분에 오히려 치유되고 구원받는다.

  영화는 결말 부분에 한 번 더 확장된다. 추락한 말을 건져 올리며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했던 흑백영화 장면과 비슷한 장면들이 한 번 더 등장하며 찰리 채플린, 스턴트맨의 위험천만한 촬영 장면들을 비춘다. 현대영화 이전의 영화인들에게 바치는 환상적인 서사시, 그대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영화가 존재한다는 감사한 마음, 그것이 감독이 말하고자했던 본모습이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훌륭한 작품이다. 환상적인 영상과 이미지만으로도 즐길 가치가 충분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주제와 메타포는 더없이 따뜻하여 귀하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요소도 없어, 모든 소중한 사람들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끝없이 추락하기 쉬운 오늘, 잠시 내려놓고 따뜻한 위로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신영욱(정경대 행정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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