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00원의 배달료를 번 신용하 기자가 실제로 수령한 돈은 44000원 남짓. 세금을 제외해도 7500원 가량을 보험료로 지불했다. 일반적인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모두 지불한다.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배달을 한 신 기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 신분으로 산재보험료를 사업자와 반씩 부담했다.

  보험료를 부담하는 보험설계사, 퀵서비스 기사 등의 특수고용직은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 배달 기사나 업체별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가 달라지는 이유다. 한국 노동연구원이 지난 5월 배달대행 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2명 중 1명만이 산재보험에 가입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업무가 늘어나면서 사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배달종사자의 낮은 산재보험 가입률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배달기사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측은 사업자가 적용제외를 유도한다는 제보를 받고 있다며 적용제외 제도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고용노동부는 7필수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중 하나로 적용제외 신청사유를 종사자의 질병, 육아, 또는 사업주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 등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확대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영세업체 가입률 낮아

  917일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팡이츠는 배달종사자 전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3대 대형 배달 앱 배달의 민족’, ‘요기요에 이은 조치다. 하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산하 디지털플랫폼 노동·배달 업종 분과위원회는 영세한 배달대행업체가 여전히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재보험 적용 제외가 익숙한 배달종사자들도 많다. 4년 경력의 이충현(·53) 씨는 개인보험을 이용하거나 아예 보험이 없는 경우도 많다산재보험 가입은 말 그대로 선택사항이라고 말했다. 모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경사노위 회의에서 하루 500원 차감하기 싫어서 가입하지 않은 배달종사자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적용제외 신청제도가 사회보험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권오성(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교수는 산재보험이 마치 개인의 선택에 의해 가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민간보험과 유사하게 설계된 것이라며 사회연대를 원칙으로 하는 사회보험 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 증가에 전속성 요건 흔들려

  소득의 절반 이상이 하나의 사업장에서 발생해야 특수고용직임을 인정한다는 전속성(專屬性)요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복수의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이를 지키기 힘들다. 전속성 요건이 인정돼 한 사업장에서 산재보험료를 부담하더라도, 타 사업장과 계약할 경우 이전 사업장에서의 보험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실정이다.

  앞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제 전속성 기준이 불분명한 쿠팡이츠도 특고 산재를 하겠다고 밝혔다배달 산업에서 전속성 기준은 사실상 폐기되기 직전이라고 밝혔다.

  이에 경사노위 안팎에서는 각각의 플랫폼 앱에 기록된 소득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재보험료를 나눠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과 배달플랫폼 간 정보공유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재보험법의 전속성 요건이 잘못된 이해에서 기반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권오성 교수는 산재보험법에서의 전속성은 노무를 제공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라며 특수고용직의 요건인 근로자성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노무제공자가 수령자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민법상 노무제공의 전속성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7일 노동부는 전속성 기준 개편과 관련해 법리적 쟁점, 분야·직종별 특수성 등을 반영한 개편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낙준 기자 cho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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