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별세했다. 2014년부터 이어온 긴 투병 생활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부고가 알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추모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다양한 정치권, 재벌 총수 등 유명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이건희의 죽음은 큰 이슈로 다가왔다. 며칠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며, 어마어마한 상속세에 대한 이슈는 대중들의 큰 관심거리가 되었다.

  1987년 삼성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이건희는 바로 직전까지도 삼성전자의 회장 자리에 올라 있었다. 삼성의 업적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힘들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6696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브랜드가치는 623억 달러로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어 세계 5위를 달성했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이 바로 이건희이고, 2019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4위에 오를 정도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일과 관련해서 일명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마지막 편지라는 가짜 편지가 유행한 사건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나의 편지를 읽는 아직은 건강한 그대들에게라고 시작하는 이 편지는 많은 청년과 학생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빠르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편지의 내용에는 내가 여기까지 와보니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돈과 권력이 있다 해도 교만하지 말고, 부유하진 못해도 사소한 것에 만족을 알며, 피로하지 않아도 휴식할 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또 운동하라와 같이 인생의 덧없음과 건강관리의 소중함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재산은 많지만, 노년에 건강 때문에 고생한 이건희 전 회장의 실제 얘기 같아 사람들은 더욱 인상 깊게 읽고, 감명을 받곤 했다.

  며칠 후 삼성전자 측에서 이 편지가 가짜임을 발표했다. 비록 편지는 가짜였지만, 그 편지가 유행한 배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 편지가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렇게 잘나가고 재산이 많던 이건희가 돈의 무상함과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역설하는 것이 바로 청년들에게는 무엇보다 힘이 있는 위로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편지가 가짜이고 진짜인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이건희 전 회장은 죽었고, 가짜 편지에 담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건희의 죽음과 그로 인해 유행했던 가짜 편지가, 다른 것을 포기한 채 너무 돈만 보고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에게 잠깐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박정동(사범대 국교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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