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죽음은 애플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에선 이건희 회장은 기업가이기 전에 하나의 정치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위대한 기업가로 여기지만, 다른 한쪽에선 소위 불법 승계, 세습되는 오너 경영, 무노조 경영 등의 이유로 비판의 대상일 뿐이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질문은 추모사에 고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소모적이고 정치적이기만 한 논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보단 우리가 삼성을 어떻게 바라봐 왔고,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삼성은 정치적인 존재이기 전에 하나의 기업이다. 그것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 미국 생활가전 점유율 1,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1위라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기업으로서 삼성의 목적은 기업가치를 올리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업 경영의 관점은 잊어버린 채, 정치적인 관점으로만 치우쳐서 삼성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에 대해 불편해하는 무노조 경영, 오너 경영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정치적인 판단 이전에, ‘그것이 삼성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체제인가?’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영학계의 연구결과로도 노조 경영이 반드시 무노조 경영보다 좋고, 전문 경영체제가 오너 경영체제보다 나은지는 의견이 갈리는데 말이다.

  삼성이 무조건 맞다는 의미가 아니다. 삼성의 지위를 유지하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체제면 맞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틀린 것이다. 또 불법을 저지르면 재판하고, 바로잡고, 처벌하면 된다. 그 뿐이다. 삼성에 대한 정치적으로 치우친 판단은 그 누구에게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낳지 못한다.

  삼성에 대한 정치적인 스탠스 이전에 기업으로서의 삼성을 바라보는 자세. 이것이 새로운 세대의 삼성, 그리고 기업을 바라보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이런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건희 회장의 명복을 빈다.

박재찬(의과대 의예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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