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영혼이 돌아온다는 날, 젊음의 거리는 밤늦게까지 사람으로 붐볐다. 저마다 KF-94 마스크 대신 코스튬 마스크를 얼굴에 쓴 채였다. 일부 클럽은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자진 휴업에 나섰으나, 사람들은 밤이 늦도록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핼러윈을 즐겼다. 합동 점검반의 방역수칙 특별단속도 축제의 열기를 막긴 어려웠다. 열기는 이번주까지 식지 않고 핼러윈 애프터파티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에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의견이다. 굳이 브리핑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 증가폭이 10명을 웃도는 것에도 두려워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하루 사이에 확진자가 세 자릿수를 넘어가는 상황에도 우리는 무감해졌고 7개월이 넘어가는 장기전에 다들 지쳐버렸다.

  하지만 코로나는 뉴스의 수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한 번, 엄마 직장동료의 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아 가족 모두가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었다. 방 안에 반나절 동안 꼼짝없이 갇혀 있으면서 든 생각은 무엇보다 가족들 걱정이었다. 나는 어리고 건강하니 걸리더라도 금방 나을 것 같았지만 가족들은 아니었다. 엄마나 할머니는 크게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어서 더 불안했다.

  다음 날 아침, 엄마의 동료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방구석 자가격리는 끝이 났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신규 확진자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곤 했다. 저 중 한 명이라도 내 가족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쉽게 채널을 돌리지 못했다.

  코로나 확진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이 당장 내 앞에 닥치면, 나는 뒷전이고 내 주변 사람들부터 걱정하게 된다. 누구든지 이런 상황을 한 번이라도 겪어봤다면 일 년에 한 번뿐인 축제에도 마스크는 챙겼을 것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코스튬 마스크 말고,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의료용 마스크 말이다.

임승하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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