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창간기념호라지만 이번 호는 정말 볼거리들이 넘쳐났다. 모든 기사가 흥미롭고 의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10여 년 전 고대신문 창간기념호를 만들던 때를 기억하며 우리 때에도 이 정도로 잘 만들었던가?’를 자문했다.

  제목을 정하는 데 센스가 돋보인 기사들이 있었다. <‘조커다크 나이트의 대결이 펼쳐진다>,<“비로소 너희들이 갑자기 이뻐져서 죽겠던 것이다”>,<크고도 섬세한 손이 닿으면 번뇌는 별로 빛나고>,<젊은 K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이 날치들> 같은 제목은 감탄을 자아냈다.

  고대신문을 통해 사회에 화두를 던졌던 조지훈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기사도 시의적절하고 깊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자료 조사와 취재 내용이 풍부했다.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냈고, 또 어떻게 섭외했을지 궁금한 여러 지인들의 인터뷰가 소개됐다.

  <의과대학원 S교수 폭언·유전자 불법채취 의혹받아> 기사는 여러모로 주의 깊게 읽을 수밖에 없는 기사였다. 사실이라면 대학사회 내 빈번한 교수 갑질 의혹의 연장선에서 이해할만한 사건이다. 기사로서 팩트 체크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피해자와 S교수 양쪽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려 한 노력도 엿보였다. 다만, S교수의 입장 확인, 해명에 대한 언급이 너무 기사 초반에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S교수는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는 설명이 앞부분에 나오면서 이후 등장하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의혹들에 대한 S교수 측의 입장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통상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 의혹에 대한 기사를 쓸 때엔 가해자로 지목된 이에게 각각의 의혹에 대한 해명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혹 그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더라도, 그것을 묻는 행위는 저널리즘 윤리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만약 그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면 기사 말미에 ‘S교수는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로 쓰는 것이 기사의 완결성을 위해서도 더 좋지 않았을까 제언한다.

  특별기고 <Dear Korea University Students>는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국에 든든한 지지기반이 없을지 모르는 유학생들에게, 제 문은 열려 있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에선 글을 쓰신 Leighanne Kimberly Yuh 교수님의 훌륭한 인품과 배려심에 잠깐 울컥해지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한 조직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11년 차 방송기자에겐 이런 글과 문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대학시절의 모든 것이 그립고, 아름답게 기억된다. 창간기념호를 만드느라 고생했을 고대신문 기자들에게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인사와 함께 언젠가 지금 이 시간을 인생에서 가장 빛난 한 페이지로 써 내려가며 추억하는 때가 올 것이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고생 많으셨고, 자랑스럽다.

류란 SBS 보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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