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의 연관성 증명 어려워

유통과정 투명화로 불안 줄여야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 철저해야

안암 인근 내과에 정부의 독감백신 접종 지원사업 포스터가 붙은 모습이다.
안암 인근 내과에 정부의 독감백신 접종 지원사업 포스터가 붙은 모습이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16세 이모 군은 올해 백신을 맞지 않기로 결정했다. 1016, 17세 고교생이 독감 백신을 맞은 후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사인은 치사량의 아질산나트륨 검출이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이 사인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백신 접종자 중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사례가 10일 기준 총 101건이 접수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 상온에 노출된 백신 일부가 유통됨에 따라 921일부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 사건도 불안을 키웠다. 이지은(21) 씨는 잇따른 사망보도와 백신 상온 노출로 인해 백신 맞기가 꺼려졌다백신이 문제가 없다는 정확한 근거가 발표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전했다.

  독감 백신을 향한 공포가 단순한 우려 정도에 그치는 것일까. 서민(단국대 의예과), 천은미(이화여대 의학과) 교수에게 독감 백신 이슈에 대해 물었다.

 

  - 독감 백신이 사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서민 교수 | “백신 접종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보도된 후 백신 관련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백신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이 알려진 후, 사인과 백신의 연관성을 우선 고려하게 된 것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이고, 백신접종이 없었을 때도 자연사나 병사하는 경우가 수백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함부로 백신사망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천은미 교수 | “사망자의 증상 자체가 유정란 독감 백신으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사망의 원인과 백신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에 대한 일종의 과민반응으로, 독감 백신으로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는 유정란 성분으로 인한 것이다. 백신 접종 후 30분에서 1시간 이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나기 때문에 병원에서 처치가 가능하며 아나필락시스 증상 보유자는 유정란 배양이 아닌 세포배양 백신의 투여가 필요하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접종 후 2주 이상 지나며 발생하는 신경마비 증상이다. 1976, 독감 백신 접종이 전국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나타났으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빈도가 매우 드물고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 백신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천은미 교수 | “운반하는 과정에서 아이스박스가 아닌 일반 종이박스를 통해 운반되면 적정온도 유지가 안 되거나 오염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개인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의약품 보관 냉장고가 아닌 일반 냉장고에 백신을 보관할 경우에도 온도 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서민 교수 | “온도가 10도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단백질 변성 가능성이 있어 그 이하에서 보관하는 것이 적합하다. 하지만 상온에 놔뒀다고 무조건 변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확률이 있는 정도다. 우유를 떠올려 봤을 때, 냉장고에서 보관하지만 식탁에 놔뒀다고 해서 바로 변하지 않듯이 10월 이후의 날씨라면 하루 정도 뒀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백신은 우유보다 훨씬 덜 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온 노출 백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의 경우, 독감과 코로나19가 함께 확산됨에 따라 두 팬데믹이 동시에 온다는 의미인 트윈데믹(Twindemic)’이 특히 우려된다. 의료계와 질병관리청에선 진단부터 치료까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올해 독감 백신을 맞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와 달리 독감은 백신이 있기 때문에 집단면역을 통해 취약계층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에서다.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줄이기 위해선 백신의 생산부터 보관, 유통까지의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천은미 교수는 백신 투여까지의 과정이 확실한 루트로 이뤄진다면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백신의 안전성이 정 우려될 때는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 이현주 기자 juicy@

사진 | 양태은 기자 aur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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