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번·학과 초월한 정보공유의 장  

익명성에 숨어 상처 주고받기도

“온라인에서도 예의 지킵시다!"

 

  밤이 됐다. 침대에 누워 에브리타임에 들어간다. 새로 올라온 공지사항은 없는지 정보게시판을 방문한다. 상생장학금 늦기 전에 신청해야지.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HOT 게시판을 기웃거린다. 유독 눈에 띄는 댓글들. 꼭 저렇게까지 말해야 할까.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유용성은 다양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익명성에 기반해 오프라인에서는 하지 못할 비난과 욕이 필터링 없이 던져진다. “실명을 밝히고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박기량(문과대 한국사20) 씨가 말했다.

 

  정보 찾기, 도움 받기엔 최고!

  “고파스를 통해 얻은 정보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됐어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모임을 알아보던 홍지희(사범대 가교18) 씨는 고파스에서 방법을 찾았다. 학번과 학과를 초월해 교류할 기회를 얻기도 쉽다. 그는 고파스에서 가입하게 된 운동 동아리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대학 내 커뮤니티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시간표를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친구와 시간표를 공유하기에도 편리하다. 백정욱(사범대 역교20) 씨는 에타에서는 시간표를 쉽게 짤 수 있고 다른 친구들의 시간표도 같이 볼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접근성이 좋은 것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기숙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는 것보다 에타에서 기숙사식 메뉴를 훨씬 빠르게 찾아볼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쏠쏠한 용돈벌이도 가능하다. 박기량 씨는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장터게시판을 애용한다. “고양이게시판에서 뽀또버찌사진을 보는 게 제 삶의 낙이에요.” 에타에서 소확행도 찾는다는 그다. 긴급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커뮤니티는 마음 따뜻한 학내 구성원들과 쉽게 맞닿을 수 있는 창구가 된다. 긴급 수혈이 필요하거나,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아무리 커뮤니티의 익명1, 2라도 따뜻한 손길을 건네곤 한다. 박기량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 따뜻한 사람들도,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편리하지만 어딘가 불편한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들을 종종 마주하기 마련이다. 주은혜(생명대 식품공학20) 씨는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힘든 상황에서도 신앙을 잃지 말자는 글에 달린 혐오 댓글들을 보고 당황했다. 그는 단지 기독교라는 이유로 그런 댓글을 받는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혐오표현은 비단 종교 관련 글에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성 소수자, 하다못해 교수님까지 그냥 싫다는 내용의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박기량 씨는 특정 집단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글을 보면 불쾌한 감정이 든다고 전했다.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여론은 여러 명의 목소리가 더해질 때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일명 물타기. 박세영(생명대 식자경19) 씨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물타기 현상을 자주 접했다. 그는 비슷한 주장을 하는 댓글이 여러 개 있으면 사실이 아니어도 마치 사실인 양 여겨진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속 사람들은 항상 이유 없이 화나 있어요.” 박수민(디자인조형19) 씨가 말했다. 고파스, 에브리타임 속 익명의 사람들은 커뮤니티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수현(경영대 경영18)씨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게시글을 보며 성적 불쾌감도 느낀 적이 많다고 말했다. 화풀이 용도로 상대에게 비난만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

  류한빈(경영대 경영19) 씨는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댓글이 달리면 무턱대고 화만 표출하다 글을 삭제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그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댓글을 보면 기분이 상한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자정방안, 당신의 아이디어는?

  학생들은 고파스와 에타가 유익한 정보를 주고받고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는 장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제각기 대안을 제시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커뮤니티 형식에 맞춰 엮었다.

 

 

 

건전한 애교심

- 정기웅(경영대 경영15)

우리 학교는 다른 대학에 비해 커뮤니티가 잘 활성화돼 있잖아요. 자체로는 애교심이 더 높아지고, 친밀감도 커진다 생각해요. 분란성 게시물은 서로 지양하고 건전한 토론을 나누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실명의 신뢰

- 조준래(경영대 경영19)

실명제 도입이 시급합니다.(단호)”

 

정제된 신고

- 한유진(문과대 사회19)

혐오글을 신고해서 베스트글, 핫게에서 내리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맨 위에 뜨는 것만 막아도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예절 바른 호랑이

- 홍지희(사범대 가교18)

우리 선 넘지 맙시다. 친하고 편한 사이일수록 더욱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처럼 대학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동문들에게도 예의를 갖춰보는 게 어떨까요?”

 

송정현·이승빈 기자 press@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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