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시작에 앞서 필자는 행정학과 학생회 재정부 소속임을 밝히고자 한다. 그래서 이번 민주광장의 주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학생회 내부적인 시선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본 글에서는 학생회라는 조직을 20학번의 입장에서, 내부의 시선과 외부의 시선을 모두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학생회에 대한 첫 시선은 일종의 동경에 가까웠다. 특히 코로나라는 상황 속에서 학생회라는 조직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보였다. 그래서 학생회에 지원했다.

  학생회 재정부는 일이 굉장히 많다는 선배의 말을 듣게 돼 지레 겁을 먹었던 동시에 약간은 설렜던 기억이 난다. 일이 많다는 것은 힘든 것이지만, 동시에 학생회의 일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학번인 필자는 학생회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사무는 맡지 않았다. 선배들은 코로나 등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서 20학번에게 인수인계를 하지 못했고, 모든 업무를 도맡았다. 20학번인 나에게 학생회는 선배들이 척척 다 해결하는 조직처럼 보이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주변 동기들의 말을 들어보면, 학생회 총회가 20학번에게 학생회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준 것 같다. 학생회 총회는 정족수가 있는 회의이기 때문에, 필자는 대표단으로써 참석 의사를 단톡방과 개인 연락으로 두 번 확인했었다. 단톡방 공지만을 통해선 응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톡방 공지에 학생회 총회에 관련한 내용이 수시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다는 동기들의 말을 듣고 온라인에서 학생회의 한계를 실감했다.

  특히, 투표가 진행된 여러 안건의 내용을 제대로 아는 20학번은 거의 없었다. 그냥 회의만 틀어놓고, 투표는 찬성으로 다른 사람들을 따라 눌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어떤 안건에서도 반대표 하나조차 나오지 않았다. 학생회에 대한 무한한 신뢰인 걸까. 아니면 무관심인 걸까. 20학번에게 학생회의 일은 마치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20학번 학우들이 크게 인식을 하지 못할 뿐. 학생회에선 정말 많은 일을 집행한다고 생각한다. 다 만 20학번 학우들이 학생회에 대해 만족하는지 아닌지 구체적으로 알 도리가 없다. 20학번 학우들끼리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고, 고맙다는 인사는 온라인으로만 전달할 뿐이다. 불편 사항이 있어 개선하길 바라는 점이 있다고 한들, 얼굴도 모르는 학생회에게 말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렵기만 하다.

  온라인에서 20학번과 학생회 간의 소통은 어찌 보면 일방적이다. 사실 학생회의 역할과 존재감이 20학번 사이에서 잘 공유되지 않는 이유도 온라인에서만 이뤄질 수밖에 없는 소통에 있다.

  코로나라는 상황은 학생회로서도, 20학번 입장에서도 정말 치명적이다.

송시원(정경대 행정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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