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前例)가 없다. 지난 19일 열린 온라인 공청회를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코로나가 다시금 심각해지면서 총학 선거공청회마저 비대면으로 열린 덕에 매번 찍던 공청회 현장 대신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줌 화면을 사진에 담아야 했다. 선거의 흥분을 고조시키는 선거운동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캠퍼스가 선거로 떠들썩하기는커녕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니, 선거가 선거 같지 않게만 느껴진다.

○…선거는 일종의 축제(festival)라고 생각한다. 열의에 가득 찬 후보자와 그에 호응하는 열렬한 유권자들.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지켜보는 이의 피마저 뜨겁게 한다. 하지만 이번 총학 선거는 오히려 피를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냉정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학생들의 무관심에서 기인한 건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들 정도다.

○…열정 대신 이성이 작동하고, 선동 대신 토론이 주가 되는 새 시대의 선거가 도래하는 걸까. 보는 재미는 덜하겠지만, 선본원들이 율동과 구호 대신 공약에 집중하는 게 차라리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위기는 낡은 것은 죽어가는 반면 새것은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비대면 선거운동이 옛 시대의 선거에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선거 방식의 도래를 알릴지 귀추를 주목해보자.

조민호 취재부장 do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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