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지원이 대부분인 예산

수요자 관점의 정책 고민을

‘이타적’ 국민복지 필요해

  지자체와 민간이 힘을 모아 노숙인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IMF 금융위기 이후 노숙인의 규모와 비참한 생활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시장과 정치 영역에서 모두 외면 받는 노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박순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대표이사를 만나 노숙인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물었다.

- 노숙인 정책은 어떻게 시작됐나

  “IMF 금융위기 이후 노숙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부랑자라는 말만있고, 노숙인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가 IMF 금융위기 이후 실업자들이 많아지면서 노숙인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당시에는 겨울에 동사자가 나와 신문에 많이 보도됐다. 문제가 커지니까 김대중 정부에서 서둘러서 대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필요할 때마다 정책을 만들다 보니 체계적이지는 않다.”

- 노숙인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주거비를 임시로 지원하는 정책, 정신질환자나 알콜중독자를 위한 건강보건 정책, 노숙인의 수입을 위한 일자리 정책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무엇보다도 시설 중심의 정책이 많다. 다수의 노숙인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있는 생활시설에서 살고 있다. 노숙인 정책예산이 늘고 있는데, 시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대부분이다.”

- 거리노숙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노숙인을 보기 싫어하니까 시설에 계속 수용하려고 하는데, 이를 원하지 않는 노숙인들도 많다. 시설에 노숙인이 모이면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규율이 생긴다. 시설의 규율을 견디지 못하는 노숙인이 거리에서 생활한다.

  거리노숙인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고 시설 수용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거리노숙인에 대한 대책이 더 필요하다. 거리노숙인 밀집 지역에 긴급한 상황에 자유롭게 묵을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계획해야 한다.“

- 자발적인 노숙인도 지원해야 하나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는 노숙인은 사실 자발적이지 않다. 장기 노숙인의 경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노숙을 선택한다.

  노숙인이 발생하는 이유에는 이혼, 질환 등 개인적인 것들이 많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가령 이혼의 원인을 찾으면 경제적인 이유로 가정이 해체되고, 선천적이기보다 직장에서 질병을 얻어오는 사람이 많다.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노숙은 사회에서 해결해야 한다. 빈곤의 맨 앞줄에 있는 사람들이 노숙인이고, 그들의 사회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국민복지의 차원에서 노숙인을 지원해야 한다.”

박순일대표이사는거리노숙인에대한지원방안이부족하다고지적했다.
박순일 대표이사는"거리노숙인에 대한 지원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노숙인과 국민복지는 어떤 연관이 있나

  “노숙인 정책을 수립할 때 노숙인과 다른 국민의 상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노숙인 정책을 시행하면 무언가를 얻는 사람이 있고 잃는 사람이 있다. 이때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타협점을 찾아 나가면 국민복지를 증진할 수 있다.

  예컨대 을지로 지하보도에는 노숙인이 많은데, 노숙인을 함부로 시설로 끌고 가면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노숙인은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한다. 이렇듯 여러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숙인 정책을 수립해야한다.

  노숙인을 지원하면 노숙인뿐만 아니라 이타적인 국민의 복지도 더불어 증진할 수 있다. 노숙인과 비노숙인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상대적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 우리는 노숙인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어떤 장소에 시설물을 설치해 노숙인이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노숙인이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런다면 이해하지만, 동시에 그곳을 떠난 노숙인이 갈 곳을 마련하는 게 맞다.

  사람의 본성이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동정심에서 나오는 이타심도 존재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랑의 마음이다. 모든 학문은 사람을 다루기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다. 현장에 가서 상황을 보고 진짜 공부를 하면서 따뜻한 마음을 기르기 바란다.”

최낙준기자choigo@

사진이윤기자prof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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