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창

 

  우리가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판타지는 세계를 전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판타지 중에서도 가장 정통적인 장르 중 하나인D&D(던전&드래곤 - 우리가 판타지 하면 흔히 생각하는 오크, 마법사, 기사, 드래곤 등이 등장하는 계열의 작품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존재.

  흔히 상상하는 판타지에는 드래곤, 마법사, 보물 등이 있다. 그런 요소들은 모두 D&D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은 존재와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마법도 쓰고 불도 내뿜고 하지만 그 힘의 근원에 대해서 판타지는 탐구하지 않는다. 어떤 존재의 강함은 곧 그의 존재성이고 그 강함은 많은 경우 강렬한 권위를 동반한다. , 힘이 중요한 세계임에도 그 세계의 알력관계를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인 권능이 모두 존재성에 묶여있으며 분석 불가능한 영역으로 간주돼 아무도 분석을 시도하지 않는다.

  테드 창의 소설은 이와 다르다. SF인 만큼 그의 소설 역시 강렬한 외연을 끌고 들어온다.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외계 존재인 헵타포드를 데려와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옥은 신의 부재>에서는 신이 명확하게 인간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인간들이 죽었을 때 명백하게 천국 혹은 지옥으로 가는 것이 보이는 세계를 배경으로 천사 때문에 아내를 잃은 사람이 천국에 가서 아내와 재회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다큐멘터리>에서는 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언제든 복원이 가능한 외과적 수술이 가능한 세계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소재만으로도 그의 소설은 명백한 SF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소재를 다루는 태도이고, 그가 그것을 어떻게 소설화했는지에 대한 지점일 것이다.

  테드 창의 작품은 모두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아무리 배경 설정이 방대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 초점은 항상 개인에게 맞추어져 있다. 이는 흔히 말하는 문학성의 요체일 수도, 혹은 대서사를 만들지 못하는 단편소설의 한계일지도 모르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열 명에 가까운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도 결국은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이에 결과로 그의 작품은 언제나 세상을 이해하려는 개인세계의 새로운 이해(환경)에 대한 개인의 반응이라는 두 지점을 잇는다. 이해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것이다.

  SF는 그 특성상 현재의 세상과 다른 세상을 제시하게 되는데, 독자들은 그 세상을 이해하려고 투쟁하고, 그것을 이해한 후에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알지 못해 번뇌하는 인물과 함께하게 된다.

  고전적이라면 고전적이지만 매번 유사한 이 대플롯이 반복되면서도 각각의 소설이 영롱하게 빛나는 것은 테드 창이라는 작가의 상상력과 초점을 잡는 기술에서 연유한다.

윤정섭(공과대 전기전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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