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24. 현재 내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사진 개수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뒤로 사진은 언제나 내 핸드폰 메모리의 9할을 차지했다. 카메라는 나에게 순간들을 바로 저장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2017년에 디뮤지엄에서 열린 ‘YOUTH: 청춘의 열병, 그 못다한 이야기라는 사진전에 갔었다. 전시회는 ‘Youth culture(유스컬쳐)’를 다양한 시선으로 담은 사진들로 구성됐다. 해질녘에 한 여자가 만세를 하는 뒷모습 사진을 찍은 작품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작가에 대해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그의 인터뷰 답변이 내 뇌리에 박혔다. “무엇이 가장 두렵나?”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망각. 오늘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잊힐 거라 슬프다. 지금 피아노 위에 있는 꽃의 향기가 얼마나 좋았는지도. 사진은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때부터 나도 사진으로 기억을 기록하는 것에 집착하게 됐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익숙하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특히 SNS의 유행과 함께 사람들은 모든 걸 사진으로 남기려 한다. 그럼에도 내 사진첩에서 내가 명확하게 기억하는 사진은 정말 드물다. 그의 말처럼 인간의 한계인 망각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나는 한 번이라도 셔터를 더 누르려 했다.

  작년에 파리에서 6개월간 찍은 사진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적이 있다. 메모리를 복구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1만여 장의 사진은 되찾을 수 없었다. 사라진 사진과 함께 내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졌고 나는 절망스러웠다.

  돌이켜보니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완전히 잊히진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눌렀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 순간은 기억 저편 속에 새겨져 있었다. 앞으로는 사진을 찍는 순간에 좀 더 집중하려 한다. 사진은 사라질 수 있는 유한한 장치일 뿐이다. 본질은 먼 미래에도 남아있는 소중한 기억이다. 분명 카메라로 담은 모든 순간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장면일 것이다.

양태은 기자 aur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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